일상의 변론
얼마전 여직원 채용공고를 냈다. 공고를 게재하자마자 여러 통의 이메일이 들어왔다. 원 페이퍼로 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책상 한 구석에서 쌓여간다. 시간을 내서 읽어본다. 우선 사진상에 드러난 이목구비를 살핀다. 그리고, 최종학력, 가족사항으로 시선이 옮아간다. 이력서 형식에 맞춰 검토의 방법도 따라가는 셈이다.
그리고, 특이사항을 살펴본다. 별단의 자격증이 있는지, 도움이 될만한 경험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다음 최대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읽어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동소이함을 느낀다. 성장과정, 학교생활, 가족관계 등 특이점이 부각되는 자소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력서 중 몇몇을 추려 면접일정을 잡는다.
면접을 보던 기억이 희미하지만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시절이 제법 뚜렷하게 재생된다. 면접을 본 사람들 모두를 채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아주 어려운 고민에 빠진다.
일단, 면접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사람, 복장이 준수하지 않은 사람, 자신감없이 말소리를 적게 내거나 질문과 관련이 없는 답변을 하는 사람 등등 소거법을 통해 한명씩 선택대상에서 제외한다. 여전히 더 어려운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기존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대체로 다수결로 정해진다. 그후에는 함께 일할 직원이 결정된다.
채용된 직원에게 연락을 해서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첫 출근일이 정해진다. 이후 또다른 문제가 남는다. 과연 면접에서 탈락한 응시자들에게 메세지를 보낼 것인지에 대해 분분해진다.
혹자는 떨어진 것도 슬픈 일인데, 탈락메세지를 받으면 두번 슬플 듯 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고, 다른 혹자는 채용여부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알려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다른 혹자는 면접기한을 정해 두었으니 그 기한이 경과한 후에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탈락한 것으로 알지 않겠냐며 메세지를 보내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을 애써 들춰내 본다. 면접본 회사에서 '이번에는 인연이 되지 않아 아쉽고, 다른 좋은 기회에 모실 수 있기를 바란다'는 식의 메세지와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두가지 모두 경험했었던 듯 하다. 별도의 메세지 송달이 없으면 홈페이지에 공고를 확인하라고 했던 곳도 있었던 것 같다.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는 문제만큼 조심스럽고 갈등이 일어나는 문제이다. 탈락된 사실을 미화시켜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맞는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인지는 우유부단한 상황으로 내몬다.
과거에는 탈락메세지를 보냈었는데, 금번에는 다수결의 결과에 따라 별단의 메세지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탈락메세지는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