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연령대가 비슷하다면 아래와 같은 계획표를 직접 작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일년에 두번 주어지는 방학기간이 시작되면 계획표를 보기좋게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공통적이고도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가 대부분 직접 작성한 계획표대로 살지 못했다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계획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 누가 실행자이든 실행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어쩌면 그와 같은 사실이 위안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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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치밀하고 구체적이며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세우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인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삶이 더 나아질 것만 같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보기도 한다.


# 시점의 차이


계획을 세우는 시점은 현재, 지금 이 순간인 반면, 계획의 실행은 내일 또는 미래의 일이다. 계획을 세우는 시점과 실행의 시점간에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데, 그 시점간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의지력의 양이다.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시점에서 의지력은 그야말로 활활 타오른다. 그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작든 크든 위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계획의 세부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에는 어제의 의지는 거의 없다. 희망적으로 얘기하자면 다소 고갈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게 아닌데'. 계획된 계획대로 실행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에너지도 부족하고, 의지도 약화되어 있다. 못다 이룬 계획의 세부계획은 내일이나 미래에 이월해서 하면 된다는 수정이 발생한다.


결코 계획을 세울 당시의 분량만큼의 의지는 실행시까지 유지되지 않는다. 분명하다.


# 예측의 불확실성


계획을 세울 때, 식사, 잠, 휴식, 취미 등 필수적 생리현상, 정신적 여유에 대한 고민을 빠뜨린 것은 아니다. 분명 세부적인 것들이 잡혀 있음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은 많은 변수들을 계획을 세우는 현 시점에서 모두 포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간섭, 외부적 요인, 예상하지 못 했던 질병, 스케쥴에 없던 스케쥴의 발생, 천재지변 등 계획에 포함시킬 수 없었던 요소들이 목적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수없이 개입하고 작용한다. 계획의 수정과 연기는 불가피하고 실천의 미수에 대한 책임은 적당한 변명 아래 묻히고 만다.


'할려고 최선을 다 했다. 하지만, ~~'. 계획의 실천이 미수에 그친 책임을 전적으로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습관


계획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현재 지니고 있는 습관의 내용과는 다른 것들이다. 계획은 다른 의미에서 습관을 고치는 작업에 해당한다.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계획을 세울 당시 오랜 습관의 관성을 배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습관의 막중한 관성에서 벗어나려면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 이상의 만족스러운 별단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보상을 찾기도 어렵지만 계획을 실천에 옮길 시점까지 한시적인 시간동안 습관의 관성에서 벗어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를 살펴보면 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감한 계획보다는 무시되어도 좋을만큼의 수준에 이르기 직전 수준 정도로 점진적이고 실행이 용이한 계획을 수없이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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