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어느 치과의사 한 분이 조용히 얘기할 것이 있다고 하여 귀를 기울였다.
올 여름이 덥긴 했지만, 간호사 하나가 진료시간 마감이후에도 특별한 일없이 퇴근하지 않고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귀가하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와 숙제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화가 난다는 것이다.
자기 집에서는 전기세가 많이 드니까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근무시간 이외에, 업무 이외에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일종의 배신감마저 든다고 했다.
이 대화에 대해 법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고 의미도 없어 해당 간호사에 대한 공동비난주체가 되어 주었다. 공동으로 누군가의 뒷담화를 할 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뒷담화가 신랄할수록 뒷담화 주체는 개운함을 느낄수도 있다.
회사나 조직은 생계유지를 위해 존재한다. 내부 구성원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행동방식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드러낸다. 고용주는 비용절감을 비롯해 이익이 최대한 극대화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근로자는 많은 급여를 받기를 소망하면서도 지나치게 열정을 강요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용주의 사고에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수행을 능률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함유하고 있기를 강조한다. 근로자는 회사와 조직이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지속적이기를 바램하지만, 개인 소유와 회사 소유를 명확히 구분할 뿐이다.
앞의 일화에서 고용주인 치과 원장님은 직원인 간호사가 자기 비용이 아닌 회사, 사장의 비용부담으로 귀결되는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였다. 직원인 간호사에게 고용주는 언제나 타인이고, 고용주의 비용은 타인의 비용이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다가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전기세, 휴지 몇장, 커피 몇잔에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가 되겠냐는 반문과 함께 고용주의 인색함을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집에서 리모컨의 전원 스위치를 켜고 끄기를 반복하며 선풍기의 풍력을 이용해 전기세 절감을 하던 것과 달리 회사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태도와 사고는 분명히 달라져 있음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근로자였던 시절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논문 수백장을 회사 프린터의 토너와 A4지로 출력해서 열람한 적이 있다. 고용주가 되고 난 후 여 직원이 딸아이 방학숙제를 이유로 수십장의 출력을 하는 것을 목격한 즉시 화가 치밀었다.
사람은 누구나 위치와 책임이 달라지면 사고와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자기 비용인지, 타인 비용인지에 따라서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현재도, 미래에도 필요한 덕목은 협력이다. 협력은 기대와 신뢰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직원에게 열정을 강요하는 것은 이상적인 포부이고, 사장은 직원으로 하여금 시선 밖에서 기만행위를 삼가하기를 최소한으로 바랄 뿐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직원을 향해 "여러분 때문에 제가 먹고 삽니다"라고 말하지 "여러분은 나 때문에 먹고 산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근로자든, 사장이든 신의성실에 입각해 생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