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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8. 2018

변호사의 이런 저런 삶 # 주차

일상의 변론

변호사 생활을 상당기간 하게 되면 서울, 수도권, 지방의 법원들을 두루 다니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법원은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요일 중 하루는 법원 내 주차를 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주차를 할 수 없는 날이다. 그 외에는 법원에 도착해서 주차할 곳을 찾게 된다. 재판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법원을 몇바퀴 배회한다. 용무를 마치고 차를 빼는 민원인이 있으면 그 자리는 주차를 위한 다툼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다. 가끔은 어느 차가 그 빈 공간에 주차하는 것이 합당한지 애매한 경우도 있다.


도보로 다닐 수 있는 사건만 수임할 수 없기 때문에 장거리 재판출석은 시간, 비용, 체력을 소진하는 필수적인 일상이다. 하지만, 법원 내 또는 법원 외에 주차시설이 여유가 있는 법원에 출석하는 경우는 심적으로 부담이 덜된다. 재판시간을 지킬 수 있고, 계획대로 시간을 운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법원 내, 법원 외 주차시설이 열악한 법원으로 재판을 가는 일은 사건 자체도 고민이지만 주차가 고민을 더해준다. 운전기사를 둔 변호사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독신으로 운전을 해서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에게 주차문제는 사건 외적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법원 인근에 유료주차시설이 넉넉한 지역은 주차비를 부담하더라도 여유있게 출석할 수 있지만, 주차장이 법원과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면 땀을 뻘뻘 흘리며 법정까지 걷거나 추위에 오들오들 거리며 법정까지 총총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주차와 재판은 생각보다 민감한 관계이다. 


살다보면 여러 날들이 있지만, 신속하게 법원 내 주차를 할 수 있는 운좋은 날도 있다. 이런 날에는 재판순서가 지연되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거리가 멀고 주차료가 다소 비싼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한 날에는 재판순서가 지연되는 것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주차비는 알수 없는 이유로 아까운 비용이다.


먼 거리를 와서 어렵게 주차까지 한 후 재판을 시작하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내 사건의 변론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서면으로 재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멋있는 변론은 실재하지 않는다.


재판이 있는 날 이전에 많은 것을 준비해서 사전에 제출하기 때문에 막상 재판 당일에는 크게 하는 일이 없는 셈인데, 출석은 반드시 해야 하므로 다소 허무하고 소비적인 변호사 생활이 이어진다. 


화상재판이 실현된다면 전국 어느 법원 관할 사건이든, 사무실에 앉아서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날이 온다면 의뢰인의 입장에서 수임료도 절약할 수 있고, 변호사는 사건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체력적으로도 덜 소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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