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오늘 문든 눈물이 흘렀습니다.
주책스러운 눈물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안간힘을 쓰며 숨겨왔던 속내를 속절없이 드러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구멍난 속옷 사이로 중요한 부위가 노출되는 느낌이랄까요.
흘리고 싶지도, 흐를 것 같지도 않았음에도 또르륵 흘러 내게서 떨어져 나간 눈물은 사람을 참으로 슬프게 만듭니다.
이해할 수 있는 눈물은 덜 뜨거울 듯 싶습니다.
흘리고 싶었을 수도 있고, 마땅하다 생각한 순간에 흐른 눈물은 분명 그 눈물이 눈알에서 솟아오르는 이유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눈물은 슬픔이나 부끄러움이 덜 합니다.
오로지 여운을 남기는 눈물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책스러운 그것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 주책스러운 눈물이 참으로 부끄럽고 어렵사리운 이유는 그 수습을 어찌해야 싶으냐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눈물을 들킨 이에게, 자욱을 들킨 이에게 주책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 수습은 쉽지가 않습니다.
가뜩이나 주책스럽게 주륵 흘러버린 눈물을 아무도 들킬 이가 없는 순간에는 더욱 외롭고 더욱 주책스러워 집니다.
모순입니다.
아무도 들킬 이가 없을 때 실컷 울수 있다면 속이 후련할 듯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면, 아니 저절로 눈물이 흐를라치면오히려 더 외롭고 슬퍼지는 것은 쉽지 않은 복잡한 인생의 단편입니다.
흐르는, 흘러버린 눈물에 대해 이해하려는 수고를 하지 않으렵니다.
눈물이 나고 흐른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