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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10. 2018

의도하지 않은 눈물

일상의 변론

오늘 문든 눈물이 흘렀습니다.

주책스러운 눈물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안간힘을 쓰며 숨겨왔던 속내를 속절없이 드러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구멍난 속옷 사이로 중요한 부위가 노출되는 느낌이랄까요.

흘리고 싶지도, 흐를 것 같지도 않았음에도 또르륵 흘러 내게서 떨어져 나간  눈물은 사람을 참으로 슬프게 만듭니다.


이해할 수 있는 눈물은 덜 뜨거울 듯 싶습니다.

흘리고 싶었을 수도 있고, 마땅하다 생각한 순간에 흐른 눈물은 분명 그 눈물이 눈알에서 솟아오르는 이유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눈물은 슬픔이나 부끄러움이 덜 합니다.

오로지 여운을 남기는 눈물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책스러운 그것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 주책스러운 눈물이 참으로 부끄럽고 어렵사리운 이유는 그 수습을 어찌해야 싶으냐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눈물을 들킨 이에게, 자욱을 들킨 이에게 주책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 수습은 쉽지가 않습니다.

가뜩이나 주책스럽게 주륵 흘러버린 눈물을 아무도 들킬 이가 없는 순간에는 더욱 외롭고 더욱 주책스러워 집니다.


모순입니다.

아무도 들킬 이가 없을 때 실컷 울수 있다면 속이 후련할 듯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면, 아니 저절로 눈물이 흐를라치면오히려 더 외롭고 슬퍼지는 것은 쉽지 않은 복잡한 인생의 단편입니다.


흐르는, 흘러버린 눈물에 대해 이해하려는 수고를 하지 않으렵니다.


눈물이 나고 흐른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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