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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18. 2018

변호사의 이런 저런 삶 #4 맛집

일상의 변론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면 우리가 겪는 대우는 서비스에 가깝지 않다. 먹기 위해 일정시간 기다려야 하고, 막상 자리를 잡더라도 친절한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맛'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고 다소 불친절에 가까운 질낮은 서비스를 돈내고 사서 구매하는 것에 큰 불만을 품지 않는다. 


법적인 문제에 당면하면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다행히 그런 경우에는 소개를 받아 변호사를 만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검색 등을 통해 변호사를 검색하게 된다. 자신의 사건에 관해 경험과 지식이 많을 것 같은, 이력을 토대로 능력이 있을 것 같은, 같은 값이면 좀더 저렴할 것 같은, 여러 주관적, 객관적 잣대에 의해 변호사를 검색대에 올려본다. 


법적 분쟁의 깔끔한 해결과 최대한 이익이 되는 결말을 얻기 위해 최대한 능력있는 변호사를 선택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능력있는 변호사는 대체로 바쁘고, 비싸며, 다소 냉랭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맛집이 손님의 숫자로 장황한 설명없이 맛의 질을 대변하듯, 변호사도 담당사건의 건수나 처리한 사건의 건수가 능력의 질을 대변한다. 


능력있고, 비싸며, 냉랭한 변호사를 선택해 좋은 결과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맛집에서 겪었던 불편한 서비스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한산하고 저렴하며 사람좋은 변호사를 선택하면 변호사와 사건에 관해, 나아가 인간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자주 할 수 있다. 어쩌면 소송결과는 후자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의 대다수는 불편한 맛집을 선호한다. 넓직이 자리잡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을 알지만 원하는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원하는 결과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교류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더라도 능력있고 비싸며 냉랭한 변호사를 선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변호사의 시간도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다. 24시간. 자고 먹고 싸는 시간을 제외하면 10시간 남짓이다. 의뢰인에게 배당되는 시간과 관심은 '10시간/n명'이 된다. 'n'이 커질수록 의뢰인은 질낮은 서비스와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능력있고 비싸며 냉랭한 변호사는 누적된 경험을 통해 소송에서 참패를 당하는 경우가 드물다. 냉랭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할애할 시간과 정력이 분할되어 있기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선택의 문제다. 양자간에 어떤 변호사를 선택해 나의 사연을 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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