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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17. 2018

아빠, 일기를 왜 적는거야?

일상의 변론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현재에도 일기를 적는다. 바쁘기 때문에 매일 적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일주일에 2회 정도는 일기를 쓴다. 월요일은 기본적으로 일기를 쓰고, 일주일 중 짬이 날때는 일기를 적는다. 나는 어릴적부터 일기를 적어야 사고의 폭도 깊어지고 넓어지며, 작문실력도 기를 수 있다고 배웠다. 게다가 일기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비밀스럽고 내밀하며 은밀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가장 솔직한 순간일 수 있다. 마치 고해성사와 같은 경험일 수 있다. 


아버지가 되어 애들에게 말한다. 


"일기를 써라. 사고력도 깊어지고 작문실력도 늘고 삶을 반성할 수도 있으며
기록하는 사람은 삶을 좀더 정확하게 살 수 있으니까"


물론, 어린 아들과 딸에게 이토록 어려운 표현으로는 하지 않지만, 일기를 적는 것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줄이라도 적으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아들이 말한다. 


"아빠! 왜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써야 되는거야?"


나는 이 우스꽝스러운 질문에 대해 할 말이 많았고, 아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일기를 적는 것은 많은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기억과 추억의 조각들을 문자로 새겨놓고 훗날 다시 꺼내볼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흥미로운 경험을 자신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SNS,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일기를 쓰는 나보다 많은 것을 기록하고 있고, 그것을 공유하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지금의 삶은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촌스럽게 아무도 읽지 않을 일기를 쓰라고 가르친 것은 아무런 동기나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은 인식의 속도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과거의 가치가 현재의 가치만큼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칫 꼰대가 되어버릴 수가 있다. 어쩌면 아들의 말이 옳은 것일 수 있다.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적을 필요가 있을까. 둔기에 맞은 것처럼 심란한 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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