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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13. 2018

홈쇼핑의 유혹과 후회

일상의 변론

언제부턴가 채널간 사이에 홈쇼핑 채널이 배치되었다. 홈쇼핑으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 없을정도로 홈쇼핑은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홍보한다. 먹거리부터 여행상품, 보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 없다. 아파트나 땅과 같은 부동산만 홍보대상에서 제외될 뿐이다. 


필요에 의해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채널간 이동하다가 우연히 특정 홈쇼핑 광고에 꽂히게 된다. 시연이 재미있거나 신기한 경우, 모델이나 호스트가 예쁜 경우, 상품 자체가 독특한 경우 등등 저마다의 취향이 저격당해 목적한 채널로 이동하기를 잠시 중단하고 해당 홈쇼핑 채널에 빠져든다. 그 시간은 불과 몇분도 되지 않는다. 


한번 홈쇼핑 채널에 고정되면 금새 몰입하게 된다. 상품에 호감이 가기 시작하고 그 기능과 장점에 매력을 느낀다. 게다가 카운트다운되는 판매시간은 살까말까의 고민의 크기를 증폭시킨다. '한정판', '마지막 기회'라는 구호가 반복되면 '사야한다'는 의무감마저 품게 한다. 줄어드는 광고시간과 특정색상, 특정상품이 품절되었다고 게시되면 구매욕은 극에 달한다. 홍보시간 내에 구매하면 절약된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이라고 칭찬까지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러가지의 시각적, 청각적, 심미적 호객행위에 유혹당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능력은 시청시간의 길이에 따라 반비례적으로 감소되어 간다. 결국, '한번 사볼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해 '사야한다'는 절실한 의무감에 빠져 홍보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필요에 의해 구매한 상품이 아님에도 만족감이 들고, 뿌듯함마저 든다. 


돈은 빠져나가고 상품은 운반에 필요한 시간이 경과하면 집으로 찾아든다. 지극히 부푼 기대를 품고 상품과 대면한다. 이제 화려했던 시연장면을 기억하며 일정에도 없는 상품작동으로 시간과 노력을 퍼붓는다. 


우선 속하게 되는 심리적 상태는 의구심이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들은 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서서히 깨닫다가 그것이 절실해져 버린다. 오작동되거나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낚였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석연치 않음과 동시에 광고에 부합하는 만족감이 일지 않는 것에 서서히 실망이 생긴다. 


홈쇼핑은 설득의 심리를 매우 철저하게 분석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 은밀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전략전술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극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두번 만지작거리다가 어딘가에 처박혀 버리는 홈쇼핑 구매상품은 짐이 되어 집구석 어딘가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시는 홈쇼핑에 실망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도 후회와 실망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이면 또다시 그 유혹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그저 무료영화처럼 스쳐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절대 휴대전화에 손을 가져가면 안된다. 물론, 필요에 의한 것이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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