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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12. 2018

명절이 설레이는가, 불편한가

일상의 변론

명절이 다가오면 대부분 불편한 진실이 찾아온다. 최소한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평균소득에서 +@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꽁쳐두었던 비상금을 만지작 거릴 수 밖에 없다. 안면인식이 오래된 가족을 보는 것에 반가운척 하면서 명절을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비교적 긴 휴일 때문에 그 후유증에 대한 불편한 걱정은 가슴한켠에 늘 상존한다. 


명절 때 술한잔 기울이면서 추억과 지난 일상을 교류하는 가정이라면 참으로 행복하다. 그런 경우에는 명절이 설레이고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부분 애증을 토로하고, 지난 잘잘못을 취기에 지적하고 꺼내면서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입시, 취업, 결혼, 출산, 소득, 부모부양 등 축소된 사회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논의가 되는 아젠다이다. 가족이란, 수익을 내야 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 비즈니스적 태도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제사음식을 해야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돈 몇푼 송금하는 가족의 일부, 얄미운 인척관계(시댁식구, 처가식구 공통된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번이지 몇번씩 같은 소리를 같은 시기에 귀아프게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명절은 불편하다. 


어쩌면 가족보다 내게 추석선물로 스팸선물세트나 고기세트를 선물하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 오히려 편안할 수 있다. 최소한 잊을만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되새기는 가족보다는 편하기 때문이다. 명절에 만날 수 밖에 없는 가족은 명절을 설레이게도 만들지만, 참으로 소화불량에 걸릴만큼 불편하기도 하다. 


누군가 그것이 사람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더이상 할말은 없다. 하지만, 고향가는 길은 가지가지로 심란하다. 설레임이든, 불편함이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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