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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18. 2018

이혼 # 아이를 키우고 싶더라도...

법과 생활

사건본인(이혼사건에서는 미성년자녀를 사건본인이라고 부름)은 4세(여), 3세(남)이 있고, 엄마가 원고가 되어 이혼을 청구하면서 양육권자 및 친권행사자를 엄마로 지정해 달라고 하는 사건에서, 남편(아버지)도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몇차례의 변론기일이 지나고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장은 양 당사자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진술하라고 했다. 


엄마 : 


아이들은 저를 잘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도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양육환경이 바뀐다면 아이들이 받을 충격과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발 제가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 주세요.


아빠 : 


제가 일 때문에 아이들을 엄마보다 더 돌보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최근 해외출장으로 인해 아이들을 많이 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최소 몇개월 데리고 있으면서 돌봐주면 아이들도 적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산분할 등은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부디 아이들을 제가 기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양 당사자가 진술을 마치면서 눈물을 훔치고 법정 안이 숙연해진다. 양 당사자가 전부 양육을 원하거나 전부 양육을 원하지 않는 경우 양육권자를 지정할 시에 고민이 되는 경우는 자주 발생한다. 물론, 양육에 부적합한 사유(폭력, 음주, 도박 등)가 일방에게 인정되는 경우, 자녀의 교육, 복리, 후생 등의 측면에서 그러한 사유가 없는 부모쪽으로 양육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아 보인다. 


하지만, 양쪽 부모의 경제적 소득, 양육환경, 양육의지나 계획, 양육에 부적합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어느 한쪽 부모에게 양육권을 지정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의 경우, 부모 일방에게 양육권을 지정하는데까지는 많은 고민이 들기 마련이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뢰인에게 양육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강하게 하게 되지만, 재판부의 입장이나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 고심과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 있기 마련이다. 


정상적이고 통상의 부모라면 아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나 희망은 매우 강하고 진실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부모 각자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기르고 싶은 욕구와 희망이 순전히 나의 만족 때문인지,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에 관해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부가 이혼함에 있어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하지만, 그 후폭풍의 영향은 아이들에게 미친다. 아이들이 덜 충격받고, 덜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어느 부모에 대해 더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고, 현재까지 익숙한 양육보조자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당장 곁에 두고 있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면접하고 교섭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최소한 주어지게 된다. 


소송이 벌어진 이상 판결은 나야 하고, 누군가는 양육권자로 지정되어야만 한다. 비록 자신이 양육권자로 지정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 승패를 나누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을 위해 유대감을 더 느끼는 다른 일방의 부모에게 양육권을 양보하면서 깊이 인내하는 부모가 더 큰 사랑을 품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양육하는 부모는 다른 부모에 대해 비난과 험담을 삼가야 한다. 너와 나의 갈등의 결과로 헤어지는 것일 뿐, 아이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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