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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Nov 22. 2018

법은 과학이 아니다

일상의 변론

과학의 본질적 특성은 반복과 재현에 있다. 일정한 규칙, 법칙에 어떤 요소를 삽입하면 일정한 결론에 이른다. 예외가 발생하면 과학적 법칙이 아니게 된다. 과학은 검증을 반복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본질이 있다. 수차례 같은 실험을 반복하더라도 동일한 결론이 도출되어야 과학적 법칙으로 인정받는다. 


법은 분쟁의 방지와 분쟁의 해결, 그로인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정립된 규칙이다. 


형법 제250조 제1항을 보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어가 생략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누구든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누구든지'가 '사람을 살해한 자' 앞에 규정되어 있는 셈이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등에 처한다'라는 것은 법칙이다. 이 법칙에 어떤 요소, 즉, A가 B를 살해한 경우 사형 등에 처한다'는 일정한 결론에 이른다. 반복적으로 C가 D를 살해하거나 그 이외의 경우에도 사형 등에 처하게 되는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 법은 과학과 닮았다. 


그런데, 법은 과학처럼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속성을 준수해야만 할까. 과학적 법칙은 예외가 발생, 발견되면 그 법칙의 타당성은 물론 이론적 근거를 상실하고 만다. 하지만, 법은 오히려 예외를 두어야 한다. A가 B의 생명을 앗았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정당성, 불가피성 등을 살펴 '사형 등에 처'하는 결론에 의도적으로 도달하지 않도록 한다. 


과학적 법칙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그 타당성을 보태는 반면, 법은 규칙의 관철을 비롯해 적절한 예외도 인정되어야 그 타당성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법적용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외가 많아지면 법의 힘이 떨어지고 질서는 문란해지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적용받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법이 과학을 닮아가야 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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