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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Nov 27. 2018

나쁜 채권자

법과 생활

A씨는 아버지 수술비가 필요해 급하게 현금이 필요했다. B는 신용카드 대금을 돌려막다 한계에 부딪혀 현금이 필요했다. C는 주식투자(선물)를 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이자지급이 어려워져 현금이 필요했다. 


돈이 필요한 사유는 돈의 용도만큼 다양하다. 그런데, 대부분 돈이 필요한 사람은 궁박한 상태에 있고, 나쁜 채권자는 이런 상태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고 한다.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는 채권액수에 더해 적정한 비율에 의한 이자에 한정된다. 


실제 나쁜 채권자 하나를 소개한다. 채권자 정OO는 대부업을 하기 위해 사업체 등록절차를 마치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했다. 담보도 신용등급도 묻지 않으니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입질하기에는 참으로 매력적인 대부업체가 아닐 수 없다. 


대출절차는 이렇다. 채권자와 개인적으로 연락해 약속장소를 정하고 필요한 금액을 말하면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를 현금으로 대출해 준다는 설명을 듣는다. 실제 약속장소에 만나서 필요한 돈의 액수에 미치지 못하지만 얼마간의 현금 다발을 받는다. 


조건은, 공정증서와 약속어음, 차용증 등을 작성하는 일이다. 빌린 돈의 액수가 500만원이지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채권자 정OO의 설명을 듣고 채무자 A, B, C ...등은 약속어음이나 차용증에 5,000만원이라고 기재한다. 빌린 돈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채권자 정OO가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돈이 급하기 때문에 채무자 A, B, C...등은 서명하고 날인한다. 바쁘면 서명만 하면 되고 공정증서 작성에 위임만 하면 채권자 정OO가 단독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해 놓는다. 


이자가 비싸기 때문에 갚느라고 최선을 다 하더라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산더미처럼 늘어난다. 실제 빌린 원금을 기준으로 이자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허위로 기재된 공정증서상의 허위 기재 채무액을 기준으로 이자가 더해지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생긴다. 


형편이 되지 않아 이자를 지급하지 못 하면 채권자 정OO는 채무자들의 급여 등에 압류추심명령을 받아 급여의 1/2을 추심해간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더라도 결코 원금이 줄어들어간 이자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채권자 정OO는 이렇게 몇 명의 채무자의 급여에 모기처럼 빨대를 꽂고 고혈을 빼먹는다.


[회생]


채무자들은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다가 회생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채무 액수가 5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개인회생은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다. 일반회생이나 간이회생을 진행해야 하는데, 채권자 정OO의 채권액이 가장 크기 때문에 변제계획안에 대해 동의를 받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파산]


방법은 개인파산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파산선고결정의 효과로 당연퇴직되거나 그 직장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파산신청으로 채권자 정OO의 채권에 대해 면책을 받으면 간명함에도 직업유지 때문에 파산신청을 함부러 할 수도 없다. 


[고소]


채무자들은 채권자 정OO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를 제기한다. 하지만, 채권자 정OO의 행각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임에도 형사적 입증방법에 따르면 증서작성에 동의하고 실제 빌린 돈의 액수와 달리 약속어음 등을 작성한 것도 채무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한 것이어서 사기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채권자 정OO는 이렇게 형사적 책임에서도 벗어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고서 대부업을 해 오고 있다. 


실제 빌린 돈만큼 차용증, 약속어음을 작성해야지 빌리지도 않은 금액을 기재했는지에 대해 채무자들을 나무라 봐야 의미없다. 이미 일은 벌어지고 있고, 강제집행은 지속되고 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는 채무자들을 규합해 한꺼번에 고소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채무자들간에는 일면식도 없는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이또한 어려운 일이다. 


손쉬운 대출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중에 있다. 돈놀이를 하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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