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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Dec 05. 2018

단골식당의 폐업

일상의 변론

가족들과 자주 가는 삼겹살집에서 곰탕을 판다. 입이 짧은 아들이 이 집 곰탕으로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기 때문에 가급적 자주 들러 곰탕을 포장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주에도, 이번 주에도 불이 꺼진 채 인기척이 없다. 곰탕을 포장하지 못 하는 날들이 반복되니 주인 이모의 신변을 걱정하다가 근거없이 '망했나'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정든 입맛을 충족시키고 주인장과 객이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자영업장이 줄어들고 있다. 매우 서글프고 염려가 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정권이 펼치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에 대해 함부러 비판이나 비난을 할 수는 없다. 


분명 얼마전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올 때까지만 해도 식당정리에 대한 얘기가 없었는데, 그저 아쉽기만 하다. 정든 입맛과 정든 입담과의 이별이다.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 하려는 사람은 분명 많은 경험과 고민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사업, 영업은 변수가 많고 매출 액수에 가려진 숨은 비용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장이 업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에 대해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사시에는 독고다이를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직원 1명당 월 300만원의 비용을 책정하면 된다. 기본급여+4대 보험료+부대비용이 포함된다. 그리고, 월세+관리비+전기료+수도료+각종 비품사용비 등 월 고정비를 반드시 고려한 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자신과 포지션이 되었을 때 창업이든, 개업이든 자기 사업을 개시해야 한다. 


월별로 이 모든 비용을 충당한 이후에야 사업자의 이익이 남는다. 고정비가 월 600만원이라면 월별로 600만원을 번 이후에야 자기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무서운 사실이다. 


사업을 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들이 폐업을 하는 것은 경험부족, 시장예측오판 등 여러 사유로 수긍할만한 구실을 댈 수 있다. 그런데, 수년을 버텨온 업장이 돌연 문을 닫는 것은 경험부족, 시장예측오판으로 원인을 댈 수만은 없을 듯 하다. 


배의 짐을 아무리 버려본 들 파도가 너무 높으면 배는 가라앉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주인 이모님이 한마디 언질없이 어딘가로 떠나버린 것을 아쉬워 하면서도 그간 속앓이하면서 단골에게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 고마움을 전할 수 없는 지금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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