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ny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Dec 11. 2018

두 개의 세계

일상의 변론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대한 택시기사가 분신자살을 했다. 세상의 변화, 신기술의 출현, 정치체제의 변화 등 변화를 주도할 능력이 없는 세상쪽에 사는 사람들은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에 의한 변화의 흐름에 죽음으로 맞선다. 기계에 의해 직업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신다고 부셨지만, 기계는 인간의 노동가치를 제로로 만들었다. 기계가 구동하는 노동가치와 동일한 노동능력을 가진 노동자는 쓸모가 없다. 


죽음은 모두가 회피할 수 없지만 자신에게 당장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다. 택시기사의 죽음은 잠시 관심을 집중시키다가 금새 잊혀지고 말 사건에 불과하다. 변화의 흐름, 저쪽 세계에 살고 있는 세력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브레이크가 될 수 없다.


자본가 VS 노동자, 좌익 VS 우익, 진보 VS 보수, 부자 VS 거지, 남 VS 녀 등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두 개의 세계가 마지못해 어거지로 얽혀 돌아가고 있다. 지도자들은 소통과 화합, 조화와 융합 등 현란한 수사로 변화를 주도할 수 없는 세상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현혹시켜 세력을 유지하는데 이용할 뿐이다. 불편하지만 진실이고 사실이다. 


세상은 존재하는 에너지를 골고루 나누어 소비하면서 유지되고 유지되는 동안 에너지를 재생산한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는 일정 부류의 희생과 일정 부류에 의한 약탈과 착취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약육강식과 먹이사슬은 자연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계를 설명하는 법칙이다. 


강대국이 제시하는 무역방식과 정치체제를 수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고, 초일류 기업이 제조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무력이나 서비스나 결코 수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시스템을 바꿔 버린다. 하이패스를 살 필요가 없었지만, 하이패스를 사지 않은 상태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하이패스를 샀다. 마찬가지로 택시를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야 저쪽 세상 사람들이 풍족한 삶을 유지하고, 세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길게 볼 때 의미없는 죽음이다. 1811년부터 1817년까지 6년 동안 기계를 부셨지만, 기계는 부셨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시장은 플랫폼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말이 그 말인데, 여하튼 우수하고 거대한 플랫폼이 원시적인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러다이트 운동때처럼 저항해도 소용이 없다. 


중요한 점은 여하튼 이쪽 세상이 저쪽 세상에도 필요하다. 약탈과 지배는 그 대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죽음으로 맞설 일이 아니다. 변화의 파도에 적응할 수 없다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저쪽 세상이 이쪽 세상의 먹고 살 궁리를 마련해 주길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골식당의 폐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