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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an 02. 2019

나라가 어려우면 관리도 굶어라

일상의 변론

오곡(벼, 기장, 조, 보리, 콩 등)이 풍성하다는 말처럼 한 해의 농사가 잘되면 오곡이 무르익고, 임금에게 오미(五味)를 진상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늘 풍년이 들수는 없기 때문에 오곡 중 한가지 곡식 농사가 안된 경우를 근(饉)이라고 하고, 두가지 작물 농사가 안된 경우를 한(旱)이라고 하고, 세가지 곡식 농사가 안된 경우를 흉(凶), 네가지 곡식 농사가 잘 안된 경우를 궤(餽), 다섯 가지 곡식 농사 모두가 안된 경우를 기(饑)라고 한다.


흉년, 기근 등의 표현을 사용할 때 농사가 망해 먹을 것이 부족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그런데, 농사가 어렵다는 것은 국가의 경제가 어렵다는 것으로 '근'이 든 해는 관리의 녹봉을 5분의 1로 줄이고, '한'이 든 해는 5분의 2를, '흉'이 든 해는 5분의 3을, '기'가 든 해는 녹봉을 지급하지 않고, 관에서 관리를 먹여 주기만 한다. 


묵자는 나라가 어려우면 선비도 책을 놓고 경작에 힘써야 하고, 임금, 제후는 잔치를 없애고 식사량, 동물에게 먹일 사료의 양 등 제반 비용 등을 최대한 절약해 나라의 궁핍한 상황을 널리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성, 국민은 풍년에는 어질고 착하지만, 흉년에는 인색하고 악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흉년에 관리, 공직자들은 여전히 배불리 먹고 흉의 고통을 국민에게만 배분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평소보다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나라가 어렵다면 정치를 하는 관리들이 먼저 먹기를 줄이고, 쓰기를 단절해야 한다.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국민,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단체들의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된다. 나라가 어려우면 먼저 공직자들이 굶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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