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부부와 돈 문제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권에 대한 쟁탈이 민감한 문제로 작용한다. 각자의 소득은 각자의 소유이지만, 결혼하게 되면 그 경계가 희박해 지면서 공유관계로 인식하게 되는 사고의 변화과정을 겪는다.


일단, 돈 관리를 한 사람이 할 것인가, 공동으로 할 것인가부터 정한다. 돈관리를 공동으로 하는 경우에도 부부의 소득 전부를 지정된 계좌에 몰빵한 다음 하거나 생활비로 정한 금액만큼만 집어넣은 후 관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몰빵은 지출내역이 거의 드러나는 반면, 후자의 경우 이체당하지 않은 돈에 관한 지출내역은 공개하지 않는 한 드러나지 않는다.


돈관리를 한 사람이 하기로 합의한 경우, 그 사람이 누가 될 것인가는 부부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다. 경제관념, 재테크 능력, 꼼꼼한 성격 등 여러 조건과 요소가 돈관리 주체를 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관념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모호한 기준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돈관리 주체가 정해진다. 헤게모니는 관리주체에게 이전된다. 인정하든 부정하든 관계없이 말이다. 최종 결제는 관리주체가 도맡아 하게 된다. 대출심사받는 것처럼 지출항목의 타당성과 상당성을 입증해야 결제가 겨우 이루어진다. 관리주체가 되지 못 한 부부 중 일방은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주문을 외우며 현실을 감내한다.


관리주체가 되지 못한 부부 중 일방의 반격은 회계감사로 이루어진다. 현재까지 축적된 돈의 양, 재테크의 실적, 면밀한 관리실태 등에 대해 목놓아 소리를 낼 수 있는 순간이다. 잘만하면 관리권을 이전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결과가 '적정'이면 부부에게 좋다. 하지만,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로 귀결되면 관리권의 이전문제는 불거지고 최소한 신랄한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다툼을 하든 하지 않든 편하게 잠을 이루기는 걸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별산제를 유지하는 부부도 있다. 이런 유형은 관리주체가 복수이기 때문에 지출항목의 세분화와 평화로운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목돈은 일방이, 짜투리는 일방인 식은 갈등의 씨앗을 눈에 뵈는 앞에서 보기 좋게 뿌리는 일이다.


돈문제는 어떤 상황이나 어느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도 가장 예민한 문제임에 비해 명쾌하게 답을 정하기는 곤란한 시험지 밖의 시험이다. 특히, 부부간 돈관리는 부부관계 유지에 있어 잠자리 다음으로 중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동순위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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