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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Feb 01. 2019

엄마들의 꿈은 어디로

일상의 변론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입시스릴러'라는 장르가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입시스릴러'라고 한다. 상류층의 공허한 자격지심, 허영심, 부모체면 유지를 위한 2세 교육의 전형, 사회생활에서의 아첨과 야합 등이 어우러져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들 각자는 저마다의 내밀한 비밀과 고통을 하나씩 안고 살아간다. 고통의 위로와 해소방법은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적정한 수준의 과장과 허위를 제거하더라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이 우리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엄마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의 정보력은 아이의 학업, 취학, 취업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유통되지 않는 정보를 많이 가진 엄마일수록 엄마들 사이에서 파워를 가지게 된다. 파워있는 엄마를 둔 자녀는 대체로 성적은 좋지만 성품은 개차반이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만 제한해서 누구나 바람직하지 못 하다고 생각하면서 누구나 따라하려는 이런 현실은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엄마들이 꿈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하면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목표는 주변의 평가중 하나일 뿐, 엄마들의 꿈이 될 수 없다.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몇몇 엄마들은 여유로운 경제생활과 사회적으로 지위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남편을 배우자로 두고 있다.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들이다. 그런데, 이런 엄마들의 일상은 대부분이 자녀의 성적, 사교육으로 채워져 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과외선생, 입시코디 등에 관한 대화만 나눌 뿐이다. 물론, 남편의 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느 남편의 마누라에 대한 사교적 활동도 한다. 다만, 대부분의 비중은 자녀의 사교육에 치중되어 있다. 


배우 이태란이 역할을 담당하는 '우주엄마'는 꿈이 있는 엄마이다. 작가로서 글을 쓴다. 스카이캐슬에서 벌어지는 사교육의 문제, 특히,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입시코디의 문제를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작문의 목적이 첨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름 작가로서의 꿈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우주엄마의 부부생활이나 자녀와의 관계 또한 매우 바람직하게 나타난다. 비록 우주엄마가 우주를 직접 출산하지 않았음에도 온전한 가족의 전형을 보여준다. 


엄마들이 꿈을 잃어버리자 남편의 사회적 성공이나 자녀의 취학, 취업에서 대리만족과 간접적인 충족을 얻는 것으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변해버렸다. 게다가 그 실적이 곧 엄마들의 사회적 성공과 지위를 매김하는 평가기준이 되면서 그에 관한 집중과 몰입은 집착 수준까지 치닫게 된다. 그 결과가 자기 수준에 미치지 못 하거나 대외적 평가차원에서 선망의 수준에 미달되면 가족에 대한 실망은 물론, 자기 삶 전체에 대해 '실패'로 간주한다. 엄마들의 삶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 또한 붕괴되거나 와해될 수 밖에 없다. 


교육의 열기가 뜨거워 열심히 공부하는 사회나 국가는 발전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고 정도에서 벗어난 기형적인 교육세태는 망조라 할 것이다. 지나친 사교육이 가난한 노후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푸념과 함께 분위기에 휩쓸려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당사자들 넋두리다. 


엄마들이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남편, 자녀의 성공은 평가결과일 뿐 엄밀히 말하자면 엄마들의 꿈의 실현은 아닌 것이다. 엄마들이 저마다의 꿈을 좇아 행복감을 느껴야 건강한 가정이 실현될 수 있다. 헌신적인 노력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희생했다는 일말의 피해의식은 가족들에게 부정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 게다가 남편, 자녀들이 엄마들의 기여를 100% 인정해서 평생 감사할지도 미지수다. 


가족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는 세뇌는 시간이 갈수록 약효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엄마들이 꿈을 가지고 그것을 좇아 살아가면서 가족들과 존재 VS 존재로서 어우러져 살아갈 때 진정한 스카이캐슬은 바로 우리네 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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