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 사실관계
A는 생전에 자기 소유 아파트를 아들 B에게 유증하겠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A가 사망하자 B는 유증을 포기했고, B의 다른 채권자가 B를 상대로 대여금 확정판결을 받아 위 아파트를 B와 형제들 명의로 각 4분의 1 지분으로 등기하였다.
B의 채권자는 이 같은 지분이전등기는 사해행위라며 B의 유증포기는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판결
1,2심은 사해행위라고 주장된 소유권이전등기(지분등기)에 대해서는 B가 유증을 포기할 당시 채무초과상태에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유증은 그 자체가 완결된 법률행위이고 계약이 아니므로 수증자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권리취득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유증의 승인·포기에 대한 자유의사는 수증자가 채무초과인 경우에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2018다260855)은,
1.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는 점,
2. 유증의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소급해 발생하므로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라도 자유롭게 유증을 받을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점,
3.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직접적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자의 재산을 유증 이전의 상태보다 악화시킨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유증을 받을 자가 유증을 포기하는 것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 변호사의 TIP
유증은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소급해서 발생한다. 유언을 받을 자(수증자)는 유언자의 사망 이후에 유증을 받을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유증을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감소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법원은 유증의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수증자는 채무초과(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태)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유증을 자유롭게 포기할 수 있고, 포기행위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