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금수저 옆 흙수저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사업을 해 보면 고정비용의 절감은 최대의 숙제다. 월세, 인건비, 조세, 4대보험, 준조세, 전기세, 수도세, 정수기 등 렌탈장비의 렌탈료, 세무기장료 등 돈나갈 항목은 정리해보면 끝이 없다. 이에 반해 돈들어올 구멍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돈들어올 구멍을 열심히 뚫어야 먹고 살 수 있다. 뚫어져 있는 구멍을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소위 흙수저들의 삶에서는 그렇다.


옆집 변호사사무실이 이전해서 공실이었는데, 며칠전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대차가 아닌 매매였다. 몇평 되지 않는 상가의 가격은 10억원정도인데, 새로 개업하는 변호사의 아버지가 단번에 10억원을 지급하고 아들에게 변호사사무실을 사 주었다. 로스쿨을 이제 갓 졸업한 변호사라고 들었는데, 얼굴에는 아직 미소년같은 이미지도 풍겼다.


순간적으로 '부럽다'라는 생각이 내장 깊은 곳에서 솟아나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했다. 오래전에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동산을 사서 내 손에 쥐어줄 아버지는 세상에 없다. 가정적으로 아버지가 살아계셨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의 결과였을 것이다. 머리 쥐나도록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월급쟁이로 세월을 보내다가 개업이라는 것을 한지 상당한 기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월세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흙수저라서 불행하거나 고통스럽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불편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삶이 지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은 있다.


숟가락으로 세상을 편가르는 식의 사고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었다. 수저가 다르다는 것은 인생의 시작지점이 다를 뿐이고, 숟가락의 효과는 일순간 돋보이지만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믿음은 그저 희망이었던 듯 하다. 좋은 배경은 인생을 강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인생과의 격차는 현저하다.


흙수저들은 현재 쓸 것, 먹을 것, 입을 것 등을 포기하고 현재의 누림을 희생하면서 살아간다. 현재를 희생하고 포기함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가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 믿음과 기대가 건전하게 실현되려면 사회적 안정과 시스템이 건강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은 아마도 이상국가에나 있을법한 얘기다. 삭막한 표현을 빌리자면 '직장 안은 전쟁터이고, 직장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업(자영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저만치 앞에서 출발하는 다른 선수를 뒤에서 따라잡아 앞지르려면 더 많은 거리를 죽기 직전까지 힘을 짜내 달려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탁월한 스피드를 장착하지 않은 이상 추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배경에서 태어난 것을 두고 비난할 근거는 없다. 열악한 배경에서 태어난 것을 두고 책임을 물을수도 없다. 우연한 사건이다. 바라건대, 그 이후로는 필연적이고 인과관계가 납득될 수 있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사회가 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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