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무죄선고와 무면허운전

법과 생활

# 사실관계

피고인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로 운전면허취소처분통지를 받고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기간이 경과한 다음에도 운전을 하였다.

이에 피고인에 대해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도 기소되어 병합하여 재판이 이루어졌는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위와 같은 경우 피고인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로 무죄선고를 받기 전에 행한 운전행위는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에 해당하는가?

# 대법원의 판결(2004. 4. 28. 선고 2004도1022 판결)

피고인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행위를 하였다는 피의사실로 인하여 운전면허취소처분통지를 받았으나 이에 대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기간이 경과한 다음에도 운전을 하여 위 죄와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로 병합기소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전제가 될 수 있을 뿐 처분을 당연무효로 하는 사유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제기기간이 이미 경과하여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은 확정력이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이 무죄가 선고된다고 할지라도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 변호사의 TIP

운전면허취소처분의 원인이 되는 음주운전행위, 뺑소니 행위 등이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될 경우 행정처분인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이에 대한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근거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법률에 정해져 있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경과한 경우, 해당 행정처분은 확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특정한 행정처분이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대법원은 음주운전행위나 뺑소니 행위 등이 무죄선고를 받더라도 이는 당연무효 사유가 아니라, 행정심판, 행정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행위-운전면허취소처분-형사재판진행-취소소송제기기간 경과-음주운전이나 뺑소니 행위 무죄]와 같이 일련의 순서로 사안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는 유죄에 해당하게 된다. 이는 행정처분의 공정력, 확정력 등과 관련된 문제이다.

특정 행정처분의 원인에 대해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일단 집행정지 등의 결정을 받아 두고 형사재판의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 등에서 해당 처분의 효력을 다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