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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r 28. 2019

황혼이혼 #3 서로에 대한 존재감의 무게

법과 생활

인생의 이 시기 즈음 황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평균적으로 70세를 전후한 연령대이다. 자식 다 키우고 살 집도 있고, 한시름 놓을만 하다 생각하고 보니 부부간 상호 존재와 그 무게가 예전과 달리 참을 수 없을만큼 무겁게 느껴진다.


부부가 30년 이상 동일한 공간과 같은 시간영역의 터널을 건너왔다면 살갗이 부딪혀도 흥분감이 없고, 성별의 구분이 있는 남녀가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충분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탐구와 관리에 돈과 시간과 같은 자원을 소비하기 보다는 부부 상호간에 신경거슬리는 일들이 예전보다 더 자주 발생하고 그 강도도 점점 강해진다.


남자는 자본시장에서 더 이상 소득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퇴출당했기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고, 다시 시장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과 다 늙어버린 노년층의 어느 남자의 모습을 거울에서 발견하게 된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면서 남자는 여성스러워지고 예민해지고 토라지기까지 한다. 위로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은 여전히 강한 척을 하지만 여성에게는 진실이 밝혀진다.


황혼의 부부는 증가된 공동의 시간을 주체할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없던 남자가 집에서 어슬렁거리니까 쏟지 않았던 신경을 곤두세운다. 여성은 끼니 시간이 비정기적으로 자유로웠지만, 비교적 정기적이고 규칙적인 남자의 끼니 시간 때문에 불편하고 끼니를 준비하는 것이 일이 되어 버린다.

황혼의 부부는 신혼때 생활습관, 문화적 차이, 성장환경의 차이, 개인적인 기호 등의 차이에서 비롯한 마찰과 갈등으로 빈번하게 싸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많아진다. 여성은 남자의 꼴이 보기 싫을 때가 잦아지고, 남자의 여성에게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나고 빅뱅의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인생을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V'자를 뒤집어 놓은 형국일지도 모른다. 초기와 말기에 저점을 찍을 때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라고 한다면, 인생은 어느 나이대에 절정을 치닫다가 다시 어린 시절처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로 회귀한다. '아이-어른-늙은 아이'로 인생은 진행한다.


아이의 본질은 자기 욕구에만 몰입한다는 특징에 있다. 게다가 아이는 독립적인 무엇을 하지 못한다. 늙은 아이가 되어버리면 늙은 상태에서 자기 욕구에 몰입한 나머지 누군가에게 의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황혼의 부부는 상태와 상황의 진실을 이해하고, 타협을 하지 않으면 서로간의 존재의 무게가 버겁게 느끼게 된다.


여지껏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던 여성은 황혼을 홀로 보내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독립적으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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