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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r 29. 2019

대표이사의 눈물

변론이야기

사업은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그 누구도 성공을 기원하면서 젊음과 재원을 모두 동원해 사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하지만, 사업이 실패하는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내부적,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자금은 부족하고 사재를 털어 넣어도 별다른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게 된다. 


회생과 파산, 즉, 도산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수많은 사연으로 사업에 실패해서 많은 부채를 지고 고통을 겪는 대표이사들을 곁에서 대면하게 된다. 대기업의 갑질, 직원의 횡령, 많은 로비비용에도 불구하고 수주의 실패, 우발적인 사건, 대외적인 경제환경이나 정치환경의 변화 등 대표이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사유들로 부채가 증가하고 매출이 감소하는 기간이 상당히 장기화되어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독촉에 시달리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A회사는 대기업과 거래를 뜷어 설립 3년만에 매출 80억을 올리는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대기업 소속 직원의 실수로 물건의 하자가 생겨 5억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해를 일시에 배상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에게 현금 5억원은 상당히 큰 액수의 돈이고 그런 현금을 일시에 보관하고 있지도 않는다. A 회사 대표는 대기업 담당자를 찾아가 읍소하며 상황설명을 하고, 거래를 유지해 주길 요청했고 분할로 배상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사실 책임은 대기업에 있는데, 거래유지 때문에 잘못도 없는 A회사가 거꾸러 저자세가 되어야 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A회사가 손해를 배상하지 못하자 대기업은 메뉴얼대로 A회사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A회사의 매출은 바닥으로 치달았다. 결국, 금융권 부채 등 연장도 불가하고 체납세금은 가산세, 가산금까지 붙어 부채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A회사의 대표이사는 집이며 가족,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에 가수하였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파산절차를 진행해 파산선고를 받았다. 


파산선고결정이 있는 날이다. 판사가 결정사항을 낭독, 고지하자 대표이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눈물은 억울함, 회한, 막막함, 때로는 분노 등 여러 의미가 섞여 있을 것이다. 변호사인 나도, 판사도 대표이사를 위로했다. 


죽을 것만 같아도 살 구멍이 있더라!


비단 사업뿐 아니라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죽을 것처럼 고통스럽고 해결의 빛줄기를 보이지 않는 그런 시기와 상황이 있다. 진실로 죽음으로 모든 빚과 책임을 정산하고 싶은 심경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목숨만큼 질긴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리고,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듯 하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듯 보여도 가족, 친구, 거래 상대방, 동료 등 주저앉음에서 일으켜 세워주는데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철저하게 혼자서 책임지고, 혼자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겠지만 예상과 다르다. 살아온 자취마다 사람들이 있었고 가진 재산은 그들이다. 비록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지만 무형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터널도 끝이 있고, 장마도 끝이 있으며, 고통의 기간도 언젠가는 끝을 맺는다. 지금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은 것이 아닐까. 대표이사의 회한에 섞인 눈물을 바라보며 그가 언젠가 재기하는 모습을 기도한다. 


같이 힘 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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