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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07. 2019

남자들의 악세사리

일상의 변론

패션감각이 거의 없어 손에 잡히는데로 입고 다니는 편이다. 키도 크지 않기 때문에 '핏'이라는 것도 없다. 사실 패션, 멋 이런 부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남자들 중 상당수가 패션이나 피부미용, 악세사리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지 않게 놀랐다. 그 중에서 악세사리에 들이는 비용이 만만하지가 않았다. 


#1 시계

롤X스, 오X가, 태그호XX, IWX, 위블X......들어본 상표가 몇개 있지만 처음 듣는 이름들의 시계가 세상에 이토록 많은지 알고 지내지 못했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A의 시계는 1,500만원, B의 시계는 3,000만원, C의 시계는 5,000만원. 1억이 넘는 시계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걸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대면한 적은 없다. 


나처럼 상표나 상호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몇천만원짜리 시계는 가시권에 들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그 상표나 상호의 시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시계의 값어치가 인식된다. 누군가는 원룸 보증금, 중형 국산 자동차, 소형 수입 자동차나 전세보증금 상당 액수의 시계를 손목에 이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팔을 함부러 휘두를 수도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벨트, 안경, 구두...

남자는 저렴한 양복을 입더라도 시계, 벨트, 구두를 명품으로 하고 다닐 필요가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듯 하다. 포인트를 그런 악세사리로 줌으로써 행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그런 이론일 것이다. 이론을 뒷받침하는 악세사리의 대부분은 국내 제품이 아니다. 혀를 최대한 굴려야 발음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을 가진 악세사리가 전부인듯하다. 


이름을 부르자 비로소 '꽃'이 된 것처럼 그 상표나 상호를 알아야 그것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벨트, 안경, 구두일 뿐이다. 




지나치게 값비싼 악세사리는 사람을 구속하는 듯 하다. 행동의 제약, 악세사리 관리, 감가상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전하게 모셔두는 정성 등 도대체 고가의 악세사리가 어떤 점이 매력을 이끌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악세사리가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 중 경제력 이외에 다른 어떤 면모를 대변해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지위, 도덕적 성찰의 깊이, 전문적인 식견 등 그 어떤 것도 악세사리와 연관되어 연상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비싼 걸 비싸게 지불하고 소비하는 과소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을까.


보수적이랄까. 악세사리는 여성들이 하는 제품, 소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시계, 벨트 등 남자들도 고가의 상품에 관심이 많고 허리띠 졸라가며 구입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실제 그것을 사 들인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놀랐다. 


복장의 정돈 정도, 헤어의 정돈 정도, 자세의 바른 정도, 내면의 깊이. 이런 기준으로 명품인간이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그가 무슨 시계를 차고 나왔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향취로 명품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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