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규칙적으로 살기 위해 약속을 거절했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개인적으로 술도 좋아 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한다. 사람들과 사는 얘기를 하다 보면 동질감은 물론 경각심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모임에 가입하고, 감투도 쓰고 활발하게 활동(대부분 '으쌰으쌰')하는 것을 즐겨 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중에 4~5일은 술자리에 빠지지 않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면서 혼자 반주를 기울이는 날들도 많았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늘 아침에 조깅하고 웨이트닝하고 출근하기 때문에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술을 더 잘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인줄로 착각할 때도 있었다. 전날 술을 마셔도 다음날 숙취상태에서도 운동을 했다. 그래서 나는 건강하고 모든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간이 나빠질까봐 간에 좋은 약을 매일 복용도 했다.


약속거절을 잘 못 하는 편이라 대부분 약속에 이끌려 집 대신 술집으로 가는 날이 많았다. 어쩌면 해가 질 때쯤 알코올 의존증 비슷하게 누군가 불러줄 사람을 고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규칙적으로 술을 마시다 보니 몸 역시 규칙적으로 상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 했다.


"아직은 문제없을거야!"

나지막히 속삭이듯 이런 패턴의 삶에 대해, 몸에 대해 "아직은 문제없을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을 만들고, 약속이 만들어지고, 술을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약속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에 대해 뇌가 판단과정없이 "YES"라고 입을 통해 말하도록 하고 있었다. 습관이 되면 뇌는 특정 문제에 대해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고, 하던대로 결정해 버린다.


아파 누운 후 정신을 차리다

어떤 일이든, 어떤 관계이든, 살아가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따라 붙는다. 몸에 대한 배려없이 동서남북 술마시러 다니다 보니 드디어 몸이 위험신호도 보내지 않고, 나를 병상에 드러눕게 만들었다. 스트레스+업무+술+숙취상태에서의 운동 등으로 혈압이 상승하고 뇌혈관 쪽에 문제가 생겼다. 며칠간 입원을 했고, 퇴원했으나 향후에도 혈압관리, 스트레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몸에 대해 깊은 이해와 배려의 시기를 보내야 한다.


본의 아니게 술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아주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일반적인 술약속은 거절해야만 했다.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는 숙제를 매일 해야 하기 때문에 약속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몇달이 지나자 몸에서 잔여 알코올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취기가 없더라도 잠들기가 편해졌다.


가끔 대인관계가 느슨해지고 그 관계가 소원해질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약속을 거절하다 보면 영업에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불안한 추측도 생긴다. 하지만, 반드시 술자리를 함께 해야만 진심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세운 규칙은 타인에 의해 무너졌다


이전에는 내가 아무리 규칙을 세워도 타인의 약속요청에 구속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 규칙은 실행의 결과에 가 닿지 못 했다. 하지만, 약속을 친절하게 거절하니 스스로 세운 규칙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인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은 더 중요할 것이다. 스스로 세운 규칙을 실행할 수 있으니 자신감도 생긴다. 무언가 건전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나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규칙적으로 살기 위해 약속을 거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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