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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02. 2019

못 받은 돈과 사기고소

법과 생활

대여, 투자, 물품대금, 용역비 등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서 반환받지 못 하게 되면 허탈해진다. 그리고,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화, 분노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 쓸 것, 먹을 것에는 돈을 쓰면서 '갚을 돈'만 없는 것처럼 보일 때, 화가 난다. 게다가 그 돈이 채권자에게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돈일 경우 애가 탄다.




채무불이행과 사기의 경계

대여금, 투자금, 물품대금, 용역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갚지 않는 상태는 기본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다. 채무불이행에는 전혀 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와 일부는 반환하고 일부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불완전이행의 경우에는 더더욱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채무불이행과 사기죄를 구별하는 것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현실세계에는 많다.


행위 당시

단순히 약속을 지키지 못 하는 채무불이행인지, 아니면 사람을 속여서 돈을 떼어 먹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행위시점'을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행위시점이란, 1) 돈을 빌릴 당시, 2) 투자를 받을 당시, 3) 물품을 공급받을 당시, 4) 노무를 제공받을 당시 등 돈 받을 권리나 돈 줄 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시점, 즉, 현재에서 과거 그 시점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듯 소급해서 1) 돈을 떼어먹을 의사가 처음부터 있었는지, 2) 돈을 줄 능력이 객관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돈 줄 의사 OR 돈 줄 능력!

현재로부터 과거 '행위당시'로 돌아가 돈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 자가 그 당시 1) 돈 줄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2) 돈 줄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 둘 중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었다면 민사적 청구는 별도로 하더라도 사기죄로 고소해서 처벌받게 할 수 있다.


'돈 줄 의사'는 채무자가 대부분 갚을 의사가 있었다고 말하기 때문에 1) 돈을 빌리는 용도와 목적, 2) 물품공급을 받아 어떤 식으로 처리해서 납품을 하고 언제쯤 지급하겠다는 등의 설명내용과 실제와의 차이, 3) 투자의 목적와 투자금의 사용처, 4) 제공받은 노무, 용역을 통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해서 비용을 지급하려고 하였는지 등 돈의 용도와 목적 등을 기초로 갚을 의사가 있었는지 추단해야 한다. 만약, 같은 수법으로 여러 채권자에게 돈 줄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사기전과가 다수 있다거나 하면 '갚을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는 더 용이해진다.


'돈 줄 능력'은 채무자가 '갚을 능력'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 보는 것이다. '갚을 의사'가 주관적인 측면이라면 '돈 줄 능력'은 채무자를 둘러싼 상황을 기초로 유무를 가린다.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상태였거나 설명한 내용과 달리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정, 돈의 용도와 사용처가 설명내용과 달리 사용되었다는 사정, 신용불량상태, 신용을 과도하게 과시한 사정, 갚기로 한 약속을 몇 번이나 위반하였는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비즈니스와 관련없이 돈을 개인적인 용도와 목적에만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사기죄를 인정하기에 용이할 것이다.



고소남발도 문제! 고소를 빙자한 협박도 문제!

돈을 못 받으면 모든 케이스가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의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에만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사기죄가 유죄로 판명나더라도 사기고소는 돈을 받을 권리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돈 받을 공권적인 권리는 민사상 판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기고소를 하면 합의금이라도 내놓겠지, 콩밥이라도 먹이면 분이 풀릴 듯 하여 일단 고소를 제기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채무불이행과 사기의 경계를 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기고소를 핑계로 돈을 갚으라고 하는 태도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현실적인 공포심을 유발시킬 정도나 수준까지 이르면 돈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협박이나 공갈죄로 오히려 처벌될 수 있다.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행사방법이 상당성이 있어야 하고, 상당성을 초과할 경우 오히려 채권자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 또한, 지나친 추심행위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등 위반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돈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행사방식에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법이 뭐 이 따위냐!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민사상 판결을 받거나 사기죄 고소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채무자에게 돈 달라고 독촉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나 수위가 지나칠 경우에는 추심행위가 처벌될 수 있다.


채권자들이 "법이 뭐 이 따위냐!"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게다가 실제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의 이름으로 된 재산은 하나도 없고, 마누라, 자식 등의 이름으로 재산을 빼돌려 놓은 경우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서 원상회복을 시킨 뒤 강제집행하는 방법 이외에 현실적으로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평생 단 한번도 채무자의 위치에서 삶을 살아보지 않은 경우에는 법과 제도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경험컨대, 채무자들 중 악질적인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은 엄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돈을 갚고 싶고, 갚아 주고 싶어한다. 다만, 현실이 여의치 않고 상황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채권자에게 송구할 따름이다. 돈 못 받은 상황에서 사기죄가 죄다 성립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찾고 싶다.



고소는 신중하게!

돈 못 받은 상황에 닥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고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사기고소가 마스터키는 아니다. 오히려 채무자의 갚을 의사와 의지를 꺾을 수도 있고, 채무자로 하여금 "배째!"라는 의식을 심어 줄 수도 있어 돈 받기는 영영해질 수 있다.


소장접수하고 사기로 고소하면 채무자가 무엇인가 내놓겠지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사기고소를 먼저 제기하거나 민사상 청구와 동시에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악질적인 채무자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불운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훌륭한 조치는 아니라는 것이 사견이다.


숨 쉴 구멍을 틔워주고 일부라도 조금씩 기한을 두고 받아내는 것이 오히려 채권회수율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막말로 채무자가 야반도주라도 하면 속수무책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돈을 못 받아 답답하고 분노가 생기는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실제 돈을 떼어 본 경험이 몇번 있으니까 아주 공감한다. 하지만, 고소를 제기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혐의처분이 났다는 것이 채무자가 진실한 자임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단지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만이 확인된 것에 그치고, 사기죄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 갚을 의사가 있었고 갚을 능력도 있었다는 것일 뿐, 돈을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임에도 채무자가 진실한 자인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의 오장육부는 심히 뒤틀릴수가 있다. 심한 경우 화병이 날 수도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기'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하지만, 말처럼 '사기'가 유죄로 인정받는 것은 그 단어를 쉽게 내뱉는 정도에 반비례한다. 사기죄에 대한 고소여부는 신중하게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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