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이혼소송은 1) 이혼여부, 2) 양육권 및 친권 행사자 지정, 3) 재산분할, 4) 양육비, 5) 위자료 청구가 한꺼번에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진행된다. 물론, 제3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덧붙여 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기본 청구는 위 5가지이다.
나에게 중요한 청구는 무엇인가?
소송을 제기한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장하고 청구한 내용 전부가 인정되기를 바랄 것이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청구를 최대한 방어하려고 할 것이다. 원하는 주장과 청구가 전부 인용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의 반격에 의해 양적, 물적으로 감소되기 마련이다.
특히, 재산분할청구의 경우 '100:0'의 결과는 나지 않기 때문에 청구내용보다 감소될 수 있고, 위자료는 대부분 감액되어 인정되거나 증거가 부족할 경우,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양육비 또한 부부 합산소득과 자녀의 연령을 따져 권고 양육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충분히 받아낼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할 경우, 가장 원하는 청구가 무엇이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 어떤 청구는 양보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양육을 원하면 재산분할 일부를 양보하는 등 협상이 필요하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의뢰인이나 상대방, 즉, 당사자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식으로 흥분과 분노를 감추지 못 하고,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서로의 기억이 상반되어 상호 모순된 주장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며 흥분하고 화를 낸다.
증거가 없으면 주장은 그저 에세이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여러 차례 주지시키지만, 당사자들의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상대방 주장 중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썰'에 불과한 것들까지 일일이 신경 써 가면서 흥분하고 반박하고 거짓말이라고 토로하지만, 그 역시 증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증거로 뒷받침될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냉정을 찾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정을 활용하자!
이혼소송의 결과 판결선고까지 가는 것이 본래 소송의 끝이지만, 소송 중에 조정절차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 조정은 양쪽이 서로의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고집을 줄이고, 서로 원만하게 합의점을 도출하는 절차이다. 그런데, 시시비비를 가리기 시작하면 화와 분노만 생길 뿐 문제해결의 진척이 없다.
조정을 하면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받지 못 할 수가 있지만, 상대방이 임의로 이행하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조정사항을 상대방이 준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상대방이 조정 이후 조정사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조정결정문에 기해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
조정이 성립하면, 비록 청구한 금액보다는 감축된 금액을 받게 되지만, 비용을 들여 강제집행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판결선고와 같은 이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일정 부분 양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청구를 관철할 수도 있다.
선진국은 소송에서 조정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더 많고, 우리나라는 조정보다 판결선고까지 가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민족은 다이나믹한 성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혼책임자를 가려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예상보다 훨씬 소액인 위자료와 관계가 있을 뿐, 양육문제, 재산분할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이혼하고 위자료 많이 받았나 보네!
주변에 누군가 이혼한 소식을 접하면 "위자료는 많이 받았대?", "위자료 많이 받고 팔짜가 좋아 졌다더라!" 등등의 말을 하거나 들을 수 있다. 과하게 얘기하자면 무식한 소리이다. 이혼소송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위자료는 크게 인정되지 않는다.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인데, 그 고통이라는 것을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마치 '이 정도면 몇 백만원 어치'라는 식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법원 내 실무례나 준칙 등이 있어서 그를 기준으로 해서 위자료가 책정된다.
이혼을 통해 돈을 받았다면 그것은 주로 재산분할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산분할은 이혼책임과는 관계없이 부부로 살 때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것이다. 서로의 기여도를 따져서 분할비율을 정하고, 분할대상재산을 정하는 것이지, 상대방이 이혼책임자라고 해서 한푼도 분할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쯤에서 왜 흥분하면 안되고, 화를 낼 필요가 없는지, 눈치가 있는 분들이면 그 이유를 알아챘을 것이다. 이혼책임,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 누가 팩트를 주장하는지(증거가 없으면 소송에서는 둘다 팩트가 아님) 등은 이혼여부와 위자료와 관계가 있을 뿐, 나머지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물론, 이혼책임중 양육에 부적합한 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관련성이 있다.
조정을 하면 빨리 끝난다!
조정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절차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혼소송은 통상 10개월~1년이 걸린다. 1심만 그렇다. 양육권의 문제가 빠지면 좀더 빨리 종결될 수 있다.
그런데, 조정을 하면 조기에 사건을 종결할 수 있고, 당사자들도 조기에 정산할 수 있다. 소송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통상 조정이 되면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기 때문에 패소부분에 대한 소송비용의 부담을 덜 수도 있다.
* 윤 변호사의 TIP
시비를 가리고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 소송의 본질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사사건은 한 때 가족이었던, 또는 현재도 가족인 사람들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형사사건처럼 진실규명보다는 원만하게 현 상황을 정리하고 향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게다가 끊어낼 수 없는 관계가 형성(혈연, 자녀 등)되어 있기 때문에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냉정을 찾고, 합리적으로 생각하시라고 조언을 해도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한, 뜻대로 말처럼 그러기는 쉽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전지적 시점까지는 아니어도 잠시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서 생각해 보면 생각하지 못 했던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