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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14. 2019

우리는 아프다 #6 관계불화

일상의 변론

장구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본능!

인정여부를 떠나 사람은 타인과 최대한 장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타인으로부터 좋은 관심을 받고 그 기간이 최대한 연장되도록 작동한다. 실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그 알고리즘에 소비한다. 역설적으로 타인과의 갈등을 겪는 상황이나 타인으로부터 비난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결국 타인과 엮이게 되는 순간부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인생은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사랑, 연애감정은 사람에게 허락된 유일한 로맨스이다!

진부한 화두이지만 사람은 사랑이나 연애감정과 섹스를 구별할 줄 안다. 섹스는 의도하지 않게 저질러 버릴수 있지만, 사랑과 연애감정은 계속적 반복적으로 의도하지 않게 저질러질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사람은 사랑과 연애감정을 통해서 누군가로부터 독점적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고, 특정한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관심과 열정을 전송하는 경험적 가치에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그런 상태가 최대한 장기간 지속되기를 바라고 끌어다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다. 


관계불화 중 실연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시간, 가치관, 추억, 소통의 모든 경험과 상황들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공급받던 관심과 지급하던 열정의 지향점이 소멸해 버렸기 때문에 혼란을 경험하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던 모든 것을 '단독'으로 해야 하는 현실을 수용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이별, 이혼은 이러한 이유로 힘들고 고통스럽다. 

기준미달에 대한 걱정은 고통이다!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회나 시간은 살펴보면 거의 없다. 타인이 우리를 평가하는 경우는 면접, 시험, 발표회, 강의 등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된 상황 이외에는 타인이 우리를 평가하는데 사용할 시간과 에너지는 예상보다 적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평가당하고 있다는 생각과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 하고 매순간을 버티는 수준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다. 아마도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있을 때 조차 소리나 냄새에 대한 의식을 할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게 느껴지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이유는, 자생적인 독자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마치 머리 속에 타인의 말, 비난과 저평가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 하고 실제로 그런 착각을 진실로 믿어버림으로써 자신을 구속하고 위축시킨다. 실제 타인의 입술이나 표정, 행동에 의해 관계불화가 직접 발생하는 경우는 카운팅해보면 예상보다 적다. 

빛을 발하는 별은 그곳에 없다!

눈에 접수되는 별빛은 해당 별에서 망막에 상을 맺는 시간동안 이동하기 때문에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을 주관적인 사고체계와 감정체계로 수용하고, 타인도 우리를 그런 식으로 수용할 것이다. 관계가 불화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은, 서로의 사고와 감정체계에 따른 해석이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와 그들의 재능, 인격, 가치가 융합될 수 없었고, 열등과 우등의 우열싸움에서 어느 한쪽이 밀렸기 때문이 아니다. 각자 제 입맛대로 평가하고 해석한 결과 불편하다고 몸과 마음이 반응하기 때문일 뿐, 실제 진정한 관계가 연결된 적도 단절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례가 예상보다 많다. 

무관심한 관계의 적재장이 인생이다!

살면 살수록 관계가 누적되어 가는 것으로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소원하거나 서운하거나 버림받거나 상처를 받아 관계로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대부분 착각인 경우가 많다. 관계의 갯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진실로 맺게 된 관계는 손에 꼽을 수 있고, 불화라고 평가할만한 관계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만큼 많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문제로 고통을 호소한다. 예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생각하는 관계는 대부분 무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다분히 주관적인 사고와 감정체계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불화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외로움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학습결과, 문화적 사회적 분위기는 이 뒤늦은 깨달음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여전히 관계는 소중하게 취급해야 하고, 가급적 최대한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불화는 실패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결론나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보다 불화된 관계 때문에 겪는 고통은 삶의 전반을 다운시킨다.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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