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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평가는 냄새에 의해 좌우된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미각은 혀 전체에 퍼져 있는 미뢰에서 인지된다. 미뢰는 쓴맛, 신맛, 짠맛, 단맛, 감칠맛으로 통상 다섯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각은 상당히 과대평가되어 있는 감각이라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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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은 가장 부정확한 감각이다!


와인 소믈리에에게 A라는 와인을 평가하라고 하면 누군가는 최고의 와인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같은 와인을 두고 다른 누군가는 품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와인이라면 누구나 한결같은 평가를 내야 하는 것인데 와인 소믈리에들 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와인 소믈리에가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했을 때 어떤 와인이 유명한 빈티지 와인인지, 어떤 와인이 싸구려 와인인지 구별하지 못 한다고 한다. 한 실험결과 식용색소를 넣은 화이트와인을 소믈리에에게 시음시켰을 때, 화이트와인을 마셨는지 조차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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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기억이 좌우한다!


미각을 신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미뢰로부터 전달된 맛의 본질에 의해 미각이 평가를 내리기 보다 우리의 경험과 기억의 결과에 따라 일관성 없는 미각평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맛은 여러 감각이 함께 작용하면서 인지되는 것이고, 특히 음식의 냄새에 의해 좌우된다. 심지어 코를 틀어막고 맛을 보게 하면 과일과 양파를 구별하지도 못 한다고 한다.


경험과 기억이 미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후각 등 여러 감각이 미각과 함께 작용함으로써 우리는 특정 음식을 먹을 때, 과거의 기억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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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평가는 결국 평가자의 주관적 경험과 기억에 의존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사실 사람을 평가한다는 말처럼 우스운 것이 없다. 평가대상인 사람이 변할 뿐 아니라 평가자도 변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객관적인 잣대를 근거로 특정한 사람을 평가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평가자의 주관적 경험과 감정, 때로는 선입관이 개입해 매우 확신에 가득찬 단정을 짓는다.



특정한 사람을 평가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전혀 없음에도 그와 유사한 부류, 분위기의 사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끄집어내서 호불호를 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사람의 성질이 사나울 것이라는 경험과 기억, 선입관은 평가의 순간 눈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평가로 옮겨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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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 자유로운 삶!

살면서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것들에 의해 자신을 얽매거나 구속시킬 필요는 없다. 심각한 경우, 평가자가 평가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 할수도 있다. 오로지 평가를 당한 쪽에서만 평가결과에 대해 너무 많은 신경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로인해 기분이 업다운되기도 하지만, 평가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군가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고 그 평가가 한시적으로 정확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하면 평가는 아무 가치가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시적으로 정확했다고 평가받는 평가 역시 미각처럼 다른 경험과 기억, 선입관에 의해 오염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각을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타인의 평가 역시 지나치게 신뢰할 필요가 없다. 타인의 평가 덕분에 무엇인가를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잘 하고 있음에도 주눅이 들어버린다면 타인의 평가는 무시해도 좋을만큼 부정확한 미각과 같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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