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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14. 2019

변호사 천태만상 #4 학습

일상의 변론

전문가, 전문직의 오류와 실태에 대해 많은 일반인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변호사의 실태에 대해 각성과 반성의 기회를 가지고 일반인들이 변호사 선임에 대한 판별의 눈을 가지길 바란다.  나 자신에게는 물론 수많은 전문가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느 변호사가 "서재가 변호사에 대해 말한다"라고 한 적이 있다. 책은 작가의 사상, 의식의 흐름이 시작과 끝으로 완결된 이야기다. 책을 통해 지각과 지성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안중근 의사가 이미 알려 주었다. 


독서를 통해 삶을 이해한다!

변호사의 방에 들어가면 우선 책장을 보는 버릇이 있다(변호사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사무실에 가면 그렇다). 책의 종류나 권수를 통해 몇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1)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법고시 공부하던 시절의 책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 하고 있고, 전집이 우람하게 먼지를 머리에 이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서재가 있다. 


2) 책이 들어갈 책장이 비좁을만큼 다양한 서적이 쌓여 있고, 발행일이 대체로 최근 일자인 법률서적이 룸을 차지하고 있는 서재가 있다. 


변호사는 기록을 읽고 글을 쓰는 직업이다. 물론, 변론(말)을 하기는 하지만, 현실 재판에서 말보다는 글을 잘 적는 것이 중요하다. 법률적 서면을 적는데 있어 비법률서적을 탐독하고 문장력이 수려할 필요는 없다. 대체로 변호사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직접 경험을 넘어 접하지 못 한 세계와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변호사는 사람이나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해결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삶을 이해하는 지평이 넓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장이나 단어를 선택하는데 있어 예의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역사적 사실의 시비를 가리는 것이 재판의 본질인데, 굳이 상대방, 그 대리인의 주장에 대해 폄하하고 사건외적 부분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사실, 논리, 법률, 증거에 기초해 나름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개하면 족하다.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

어떤 직종이든 한 번 배운 내용으로 평생 우려먹을 수는 없다. 사람, 시대, 트렌드가 변화하고 경쟁자들이 모방하거나 더 발전적으로 변모하면 고객은 해당 업자나 업체를 찾지 않는다.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전문직은 더 말할 필요없이 최신의 것들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법률의 제정과 개정, 판례의 변경, 시사적 상식 등을 업데이트하고 관련 정보를 통해 업무내용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피곤한 직업이다. 영업(사건의 수임)도 해야 하고, 사건도 처리해야 하고, 재판에 출석도 해야 하고, 개인적 생활도 유지를 해야 하는데,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끊임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데이트, 업그레이드의 지속적 실행은 어느 직종에나 공통분모이다. 나태와 매너리즘에 빠지면 그만큼 도태되기 마련이고, 변호사가 사건처리에 있어 좋은 해답을 찾아내기 어려워진다. 


시간이 갈수록 순발력과 총기가 사라진다!

연륜이 있으신 변호사나 전문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전의 총기와 기억력, 순발력이 감소한다. 위로가 되는 건 내공, 구력과 같은 경험치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법률분야만큼 예전의 답이 아무 효용을 갖지 못 하게 되는 그런 직역도 없을 것이다. 


처벌되던 사건이 처벌되지 않게 되거나 그 반대가 된다. 상황이 변경되어 새로운 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되면 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달라진다. 법은 질서를 만들기도 하지만, 시대를 뒤따라 변하기도 한다. 그 흐름 속에서 벌어먹고 살아가야 하는 변호사는 항상 학습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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