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루틴한 삶이 지루하다.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고 이 상태로 먼지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최대한 인내를 발휘하며 온전한 척 하며 살아야 한다. 보다 나은 삶, 보다 멋진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데, 지치기도 하고, 괜한 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연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괜찮은 척.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달라질 가능성이 없는 내일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야 제대로 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든다. 발전과 성장이 미덕으로 평가된다. 있는 그대로 머무를 수 있는 여유와 자유를 가지는 것이 후퇴와 도태, 안주라는 평가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일까.
시답지 않은 얘기지만 어제 같은 공간에서 살아 숨쉬던 노인이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공백이 있을 뿐 어제와 같은 삶을 살 것이다. 여전히 직장으로 출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적은 월급에 한숨을 내쉴 것이다. 아이들은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고, 뼈빠지게 살면서 개인적인 욕구는 그림자 속에 묻어 두며 인내하며 살지만, 그 대가는 만족보다 보상심리로 부메랑이 된다.
어제나 오늘, 그리고 내일, 그것이 다시 순환을 반복하면서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삶은 전체적으로 문제 덩어리다. 우울하다. 보잘 것 없어져만 가는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조차 사치다. 점점 노화되어 가는 자신만 시간부족으로 단잠을 이루기 어렵다.
사랑과 영혼!
만약, 육신에서 영혼이 분리되어 나의 영혼이 나의 육체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이 최우선으로 떠오를까. 아마 후회가 아닐까. 어제가 오늘로 고스란히 반복될 것 같았지만, 종결이 된다면 세속적인 목표나 계획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 또다른 누군가에게 사랑했었다고 표현하지 못 한 것이 후회가 될 것이다. 늘상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것은 안전에 대한 인간의 제1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삶이다. 비록 남들보다 덜 벌고, 남들보다 더 일해야 하고, 남들한테 무시당하지만 일관성있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복에 겨운 행복한 삶이다.
우리는 대체로 내일 할 일, 내일 겪게 될 스트레스를 가불해서 걱정하느라 오늘을 즐기지 못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행복은 결코 완전하게 맛볼 수 없는 허구이다. 그 허구를 실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반복적인 일상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식상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