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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etter life

반복적 일상이 주는 행복 1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루틴한 삶이 지루하다.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고 이 상태로 먼지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최대한 인내를 발휘하며 온전한 척 하며 살아야 한다. 보다 나은 삶, 보다 멋진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데, 지치기도 하고, 괜한 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연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괜찮은 척.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달라질 가능성이 없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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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생산해 내야 제대로 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든다. 발전과 성장이 미덕으로 평가된다. 있는 그대로 머무를 수 있는 여유와 자유를 가지는 것이 후퇴와 도태, 안주라는 평가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일까.


시답지 않은 얘기지만 어제 같은 공간에서 살아 숨쉬던 노인이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공백이 있을 뿐 어제와 같은 삶을 살 것이다. 여전히 직장으로 출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적은 월급에 한숨을 내쉴 것이다. 아이들은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고, 뼈빠지게 살면서 개인적인 욕구는 그림자 속에 묻어 두며 인내하며 살지만, 그 대가는 만족보다 보상심리로 부메랑이 된다.


어제나 오늘, 그리고 내일, 그것이 다시 순환을 반복하면서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삶은 전체적으로 문제 덩어리다. 우울하다. 보잘 것 없어져만 가는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조차 사치다. 점점 노화되어 가는 자신만 시간부족으로 단잠을 이루기 어렵다.


사랑과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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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육신에서 영혼이 분리되어 나의 영혼이 나의 육체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이 최우선으로 떠오를까. 아마 후회가 아닐까. 어제가 오늘로 고스란히 반복될 것 같았지만, 종결이 된다면 세속적인 목표나 계획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 또다른 누군가에게 사랑했었다고 표현하지 못 한 것이 후회가 될 것이다. 늘상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것은 안전에 대한 인간의 제1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삶이다. 비록 남들보다 덜 벌고, 남들보다 더 일해야 하고, 남들한테 무시당하지만 일관성있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복에 겨운 행복한 삶이다.


우리는 대체로 내일 할 일, 내일 겪게 될 스트레스를 가불해서 걱정하느라 오늘을 즐기지 못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행복은 결코 완전하게 맛볼 수 없는 허구이다. 그 허구를 실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반복적인 일상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식상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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