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ny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Jul 25. 2019

꿈 4

일상의 변론

사법고시를 공부하기 위해 신림동 고시원 방에서 꾼 꿈의 내용이다. 아마 2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여서 스트레스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던 때였을 것이다. 


뿔 달린 말꿈!


호젓한 숲 속을 걷고 있었는데, 공부하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지 걱정을 하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전방 12시 방향에서 환환 빛과 함께 뿔달린 말 한마리가 내 앞으로 다가섰다. 말이 자기 언어로 말을 하는터라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뿔달린 말인 것을 보니 필시 보통 말은 아닐테고, 유니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 꿈이 기억에 잔상으로 남았다. '아~내가 합격하려나 보다'. 내심 기분이 좋았고, 힘든 2차 공부가 덜 힘들게 느껴질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오후가 되어 먼저 시집간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나 임신했어!", "응, 축하해, 몸 조심하고~". 에고 태몽이었나 보다. 뿔이 달린 유니콘 꿈을 꾸었으니 사내 조카를 얻나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여동생은 딸을 출산했다. 


흑고래 꿈!

이로부터 한두달쯤 지났을까. 꿈 속에서 나는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2차 시험을 앞두고 바다에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꿈 속에서는 차원간 이동은 물론, 텔레포트도 가능했다. 커다란 검은 고래가 얕은 수심의 바닷가로 다가와서 내게 왔다. 고래의 언어로 내게 무슨 말을 건넸다.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꿈의 잔상이 선명하게 남았다. '아! 내가 합격하려나 보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 날 오후가 되자 대구 남동생의 배우자, 제수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뒤늦게 고시공부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결혼을 못 하고 있었고, 여동생, 남동생이 먼저 결혼을 한 상황이었다. "아주버님! 저 임신했어요!". "아!네, 축하드려요. 몸 조심하세요". 에고 태몽이었나 보다. 결론적으로 남동생과 제수씨는 아들을 낳았다. 


대통령을 만나 꿈!

2차 시험을 나흘동안 치르고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꿈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찾아왔다. 배가 고프다고 하셔서 엄마를 불러 식사를 내어 드렸다. 그리고,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 속에서 대화가 안되거나 알아듣지 못 하는 것은 상상의 동물 꿈이나 물고기 꿈이나 사람 꿈이나 동일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이었기 때문에 그의 꿈을 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귀인을 만나려나, 아니면 합격하려나, 온갖 긍정적인 자의적 해석을 뇌리에 되새겼다. 아무튼 꿈 속에서 귀인을 만나는 것은 길몽이라고 한다고 하니 기분 상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해 2차 사법고시에서 떨어졌고, 이듬해 1차, 2차, 3차까지 동시에 합격했다. 꿈에도 잠복기가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그 사이 많은 꿈을 꾸었지만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일수도 있다. 


지금도 나는, 우리 모두는 꿈을 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양념돼지갈비를 잘 굽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