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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24. 2019

양념돼지갈비를 잘 굽는 법

일상의 변론

가격면이나 식욕의 충족면에서 양념돼지갈비는 참으로 제격인 음식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하나 있다. 양념돼지갈비는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양념돼지갈비를 먹을 때, 누군가 하나는 먹기를 후순위로 하고, 참으로 열정과 열성을 다 해 고기 뒤집기를 자주 반복해야 한다. 손이 부지런해야 하고, 한시도 고기에서 눈을 떼어서는 안된다. 고기굽는 자가 먹고 즐기는 순간, 고기는 타 버린다. 그래서, 양념돼지갈비를 잘 굽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


부지런하게 뒤집고, 타지 않도록 불의 침습이 고기 전체에, 특히, 앞뒤로 골고루 전도되게 하여야 한다. 고기는 부전도체이기 때문에 고기를 잘 굽기 위해서는 나름의 프로페셔널한 스킬이 필요한데, 양념돼지갈비는 고기굽는 자의 손놀림과 바지런함에 의존한다. "걱정할 것 없다.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영화 타짜에서 조승우가 하는 말이다).


고기가 탈 걱정은 할 것 없다.
손은 고기를 태우는 불의 불길보다 빠르니까

이러한 진리를 아는 고기굽는 자는 양념돼지갈비 집에 가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없다. 타인이 고기를 태우는 장면을 목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고기굽는 자의 고기에 대한 존경과 열정, 고기를 굽고자 하는 본능이 집게와 가위를 파지하게 만든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모두가 맛있게, 최적으로 익은 고기를 맛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고기를 직접 맛보는 만큼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고기굽는 자의 숙명은 그 결과적으로 보람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양념돼지를 잘 굽는 방법은 손이 빨라야 한다. 그리고, 고기를 오만촉광으로 바라보고, 자주 뒤집는 것에 있다. 양념으로 겉이 타기 전 열전도율이 고기 속까지 전도될 수 있도록 자주, 매우 자주 뒤집어 주어야 한다. 고기굽는자는 식욕의 충족을 뒤로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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