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휴대전화의 자동잠금기능(자동꺼짐)을 설정해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1분으로 설정해 두고 있는데,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하고 내버려 두면 자동으로 화면이 꺼지고, 기능도 휴지기에 들어간다.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함이다.
발전적 자동잠금이 아닌 타버리듯 꺼진다면...
휴대전화의 대기상태를 최대한 장시간, 사용가능한 상태의 최대한 지속을 위해 자동잠금 설정은 필요하다. 꺼지고 잠기는 것은 부정적인 느낌을 풍기지만, 휴대전화 자동잠금은 발전적인 잠식상태인 셈이다.
사람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한계와 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고, 뇌가 충전할 시간도 필요하다. 마음과 영혼이 보다 맑은 상태로 되기 위해서도 긴장과 경쟁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 자동잠금이 가끔 발전적이지 않은 상태로 일어나기도 한다. 에너지, 감정, 생각을 지나치게 소비한 나머지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이 쓰러지듯 잠금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빈도가 더 증가한다면 병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타버리듯 잠금상태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잠김상태, 그리고, 그것이 발전적 상태로 전환되기 위한 준비단계이거나 휴식일 때, 일과 삶의 균형을 나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여전히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는 위안을 받는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쉴 수 있다면...
소금을 여기서 적당히, 설탕을 이렇게 적당히, 고추가루를 이만큼 적당히.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 전문적인 요리가가 아닌 사람들이 요리를 시연할 때, 가장 많이 반복하는 단어가 '적당히'이다. 참으로 쉬운 말인데, 어떤 경우에는 관념적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도, 휴식도 '적당히' 되는 그런 삶을 원한다. 그런데 문제는 '적당히'가 어느 수준의 분량과 지점을 차지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좀더 일하는 것도, 좀더 쉬는 것도 무엇이 적당한지 알 수 없고, 선택과 결정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선택 자체를 위한 에너지 조차 부족하고, 그만큼 찌들어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의식적 잠금기능의 설정이 필요하다
가시적으로 볼 때, 우리가 잠금상태로 될 타이밍, 활성화 상태로 될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퇴근 후, 주말, 공휴일에도 계속적으로 일과 관련한 염려과 걱정, 생각과 계획이 뇌리를 떠나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과의 관계문제까지 개입되어 몸과 마음이 제대로 쉬지 못 하게 할 수도 있다. 현대적인 삶은 편리와 편익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시간을 빼앗고, 절연된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나의 위치도, 메세지를 읽었는지 여부도, 검색한 정보도 모두가 누군가에 의해 파악되고 있고, 자유롭지 못 한 삶을 허락하고 있다. 편리와 편익인 줄 알았던 것들이, 자유로운 삶을 오히려 방해하고 제대로 된 휴식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계선을 침범하고 있다.
우리는 노력과 의지를 통해 자신에 대한 잠금기능을 실현해야만 그나마 쉴 수 있는 기회와 여지를 가질 수 있는 지경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