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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24. 2019

상대방 동의없는 대화녹음의 법적 책임

법과 새오할


네가 뭔데 맘대로 녹음해~~~

# 사실관계


A, B는 교사로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면서 관계가 좋지 않았다. B교사가 동료 C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A교사가 B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했고, B는 휴대전화로 A의 음성을 녹음했다.


A는 B가 자신의 음성을 녹음하는 것을 보고 B의 휴대전화를 빼앗았고 B를 상대로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음성권 침해?

#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8468)


재판부는


1.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의 인격권에 근거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위법성 조각사유(위법하지 않게 만드는 사유)가 없는 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는 점,


2. 위법하지 않은 경우는, 상대방 동의없이 행한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해당 녹음이 필요한 범위(피해의 최소성) 내에서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는 점을 이유로 설시하고,


위 사례에서


1. B가 A의 동의없이 녹음을 한 행위가 A의 음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되는 점,


2. 동의없이 녹음된 A의 음성분량이 약 23초에 불과하고, 녹음내용 대부분은 B와 C가 대화하는 부분이고, 평소 관계가 좋지 않던 A와 B 사이에서 과거 A가 B에게 고성을 지르는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A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녹음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점,


3. 녹음된 음성은 A의 사생활과 관련이 없고 B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는 내용이 전부이고 A의 발언도 교무실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져 음성권 침해로 보기에는 경미하고 내밀한 사생활, 비밀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사용처도 소송관련 법원 제출용 내지 수사시관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사용된 점,


4. 녹음 내용이 A에 대한 명예훼손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녹음분량이 소량이고, 사용목적과 용처가 증거자료로 사용된 점,


5. 침해여부, 피해의 정도, 피해자의 이익의 보호가치 등에 기해 볼 때, 정당행위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A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원고패소 판결로 위 사례에서 음성권 침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윤 변호사의 TIP!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녹음이 금지되는 주체에 제한이 없고, 금지대상은 타인간의 대화이다. 따라서, 제3자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원칙적으로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된다. 다만, 위 조문을 해석하면 대화 당사자간의 녹음은 금지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 A가 B에게 말한 부분을 녹음한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A와 B는 대화 당사자로 볼 수 있어 통신비밀법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A는 자신의 음성권이라는 권리를 B가 무단으로 녹음하였기 때문에 이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소송을 낸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만한 것은 음성도 기본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이고,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녹음의 동기와 경위, 녹음자료의 사용목적, 녹음내용이 사생활의 보호와 비밀을 침해하는지 여부, 침해라고 하더라도 그 침해를 초과하는 공익적 목적이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의 비교 등을 통해 음성권 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당 재판부는 설시하였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 등의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위 판결은 민사소송이기는 하지만, 음성권의 침해여부와 관련해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여부 판단기준에 따라 판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대화 당사자간의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금지되는 행위는 아니지만, 민사적으로 음성권의 침해가 문제될 수 있고, 그 침해여부는 녹음자료의 수집목적과 용도 정도가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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