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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6. 2019

일이 피곤한 이유

일상의 변론

일이 피곤한 이유는 돈이 제공하는 구속력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그 시각,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하고, 다른 욕구가 있다 하더라도 억압해야 한다. 일정한 행위를 비자발적으로 강요당하거나 명령당하는 상황이 지속되지만 거부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억압된 욕구는 임계점까지 응축되어 피로를 야기하고 다양한 스트레스를 누적시킨다.  


일을 통해 개별적 철학적 가치와 신념을 실현하고 확인함으로써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억압에 기초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동반되기는 하지만 인내와 절제를 유효적절하게 융합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일은 자본주의 하에서 사람을 시장으로 끌어다 개입시키는 구속력에 본질을 두고 있고 일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하에서 자존감과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몇몇 부러움의 대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일은 대체로 힘들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일의 본질은 외부적, 타의적, 강압적 이라는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다.  


일을 획득하지 않고 유지하지 않으면 억압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극하게 인지하고 있더라도 일의 획득과 유지를 포기할 수 없다. 연명에는 돈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들은 자체 생산, 제조하지 않는 한, 돈은 생명의 유지와 연장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일을 획득하고 지속해야 한다는 절박하고 필연적인 결론에 가 닿는다.  


일이 힘든 이유는 일의 근본적인 성질, 본질적 특성과 아울러 일과 연루된 인간관계가 추가된다. 일의 본질이 강압적 성질을 가지고 억압을 요구하는 주체는 인간들이다. 일이 주는 본질적 억압보다 인간들에 의한 억압이 더 참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일은 물리적 운동법칙에 따르면 운동에너지 양이 제로이다. 그런데, 일을 통하면 에너지가 소비된다. 동일한 근육과 일정한 뇌 영역만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이다. 다른 근육 부위나 뇌 영역이 부하에 걸린 부위의 피로와 억압을 상쇄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추가로 동원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일을 통해 특정 신체에너지, 정신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처럼 착각에 빠질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몸과 정신을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일부가 아닌 전부가 소진되는 과정이 일의 시작과 끝이다. 일은 충전기능은 없고 방전기능만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일의 터널을 통과한 후에는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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