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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3. 2019

기승전 '부동산'

일상의 변론

부동산은 토지 및 그 정착물을 의미한다. 부동산은 공급이 제한되어 있거나 없는 재화이다. 그 본래적 특성 때문에 부동산은 일반적인 경제원리나 법칙에 들어맞지 않는 물건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시작은 아니어도 대화의 허리쯤이나 말미에 부동산에 관한 화두는 누군가가 꺼내는 것같다.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이 자랑을 늘어 놓거나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의 질문에 의하거나 묻어 둔 부동산의 가격변동이 없다고 한탄하거나 투자손실만 입어 함구하는 등 대화에 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핵심화두인 부동산!

중요한 사실은, 어떤 성격의 사적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화두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양과 학식이 높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모임이든, 친구들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모임이든, 무장해제를 하고 프리토크 분위기가 되면 필수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대화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숱하게 주고 받는 부동산에 관한 설들 중, 대부분은 확인이 어렵거나 미실현이익에 불과하고, 이미 언론에 노출되어 있는 가십거리이고, 누군가 알맹이에 해당하는 정보를 내놓는지를 살피기 위해 서두부터 결말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쭉정이 같은 얘기는 쓸모도 없고 적용하기에도 어려운 것이지만, 가중치를 두지 않고 관심을 기울인다. 


투자와 투기는 한끗 차이다. 남들이 하면 투기이고, 자신이 하면 투자라는 구별기준도 있다. 기성세대로서 건설적인 화두의 전환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 자신은 물론 다음 세대를 위해 좀더 가치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탁상공론에 해당해서 할 필요도 없는 것일까. 학식의 고과, 재산의 다과, 남녀의 구분을 떠나 부동산이 뇌리의 한구석 어디쯤에 탑재되어 있는 듯 하다. 


서점에 가도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이 즐비하다!


~숑, ~~여인, 부동산으로 몇억 벌기, 종잣돈 몇 억 만들기 등등. 수많은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서적들이 서점 초입에 진열되어 있다. 물론, 그 주위에는 주식, 유투브, SNS 등 돈을 모으고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지원사격을 하듯 진열되어 있다. 


그토록 돈을 크게, 단기간에 벌 수 있는 방법들을 저자들은 왜 소개하고 있는 것인지라는 의문을 품으며 책장을 슬쩍 넘겨 보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탐독을 통해 실천적 방법을 알아내기란 어려워 보였다. 


따박따박한 인생!

부동산 공부를 하지 않고 투자하지 않거나 못해서 따박따박 저축하는 인생들이 갑자기 싸늘하게 한심하고 처량하게 느껴진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스토리로 책과 정보를 팔고, 자신의 찬란한 역사는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공통 원리라고 홍보한다. 기승전'부동산'에 이른 사람들은 조급해진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당장이라도 내딛지 않으면 좋은 투자처를 잃어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관한 다수의 성공사례를 듣고 귀가하는 길에는 항상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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