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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1. 2019

휴가의 끝, 그리고 일상

일상의 변론

학문을 손에 놓는 일을 방학, 잠시, 한동안 쉬는 일을 휴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한다. 그런데, 막상 휴가는 더 피곤하다. 


휴가를 계획해야 하고, 돈을 마련해야 하고, 비행기표나 숙박시설의 예약을 하느라 일에 전념할 수 없는 일정한 상황을 거치게 된다. 넓은 의미에서 업무상 배임이다. 임무에 위배되는, 업무와 무관한 일을 업무시간에 정신과 시간, 그리고, 결제대금을 써가며 휴가의 전제조건들을 수행한다. 


휴가는 일의 능률을 올리지 않는다

솔직히 휴가는 그 전부터, 그리고, 휴가기간 동안,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업무로 복귀해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업무의 집중도와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사람은 편함을 추구하고, 소비행위에 대한 서비스를 선호하지, 소비욕을 억제하고 돈을 벌기 위해 비위를 맞추는 행위에 크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월급을 받아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욕구를 절제하고 그 인내의 한계의 어느 시점에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휴가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휴가의 마지막 날처럼 인생을 산다면....

일상을 휴가의 마지막 날처럼 살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거나 존경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칭송받을 수 있을 수 있는 그런 상태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휴가의 마지막 날은 어떤가. 아쉬움이 충만하다. 아! 딱 하루만 더 쉴수 있다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이 휴가가 끝난다는 사실에 벌써 소화불량에 걸릴 듯 하다. 일상은 타인의 구속과 방해의 연속이기 때문에 휴가의 마지막 날은 아쉬움이 극에 달하고 내일은 무겁게만 느껴진다. 


하루와 일상을 휴가의 마지막 날처럼 촘촘하게 시간을 계산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훌륭한 그 무엇인가가 되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일상으로 회귀해서 복사기 앞에서 하품을 하거나 삼박자 커피를 입에 물고, 여독에 시달리는 일상의 세계로 복귀하는 일이 그리 즐겁고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땡땡이의 경험을 되살려 보면 금기가 쾌락의 강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놀면 안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땡땡이의 당도는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휴가의 달콤함도 금기의 해제가 합법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일상은 수많은 구속과 숙제로 가득 차 있다. 잠시 그 쳇바퀴에서 나와 아몬드와 해바라기씨를 먹을 수 있었기에 쳇바퀴가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굴려야 할 쳇바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전체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역할의 일부를 담당한다. 


메시지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마 컴퓨터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를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지시나 쌓여 있는 메세지들, 그에 대한 답을 해야만 하는 구속에 다시 얽매이게 될 것이다. 일상은 나의 주관보다 타인의 객관에 의해 운용된다. 우리는 메세지를 보내고, 메세지에 답변하는 일상으로 회귀한다. 


그리고, 하루이틀이 지나면 다시 몸이 마치 오랜 세월 타지 않았던 자전거를 타게 되게끔 만드는 관성에 의해 일상의 일부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아쉽지만, 다음 일상의 탈출을 위해, 오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집을 떠나 집에 오면 스위트 홈의 가치를 깨닫게 되듯, 일상은 나의 경도와 위도를 확인시켜 주는 지도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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