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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8. 2019

저물어가는 여름의 정취

일상의 변론

같은 30도씨라고 해도 여름의 끝자락, 입추 이후의 30도씨는 차이가 있다. 햇살도 다르다. 지구의 생체시계는 어김없고 규칙적이라는 사실이 신비로울 따름이다. 여름의 정취는 부산함이다. 늦은 밤에도 선술집이나 치킨집에 사람들이 소닥소닥 거리며 술을 마시거나 음료를 마시면서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몸에서는 땀이 나고, 술잔에는 이슬땀이 맺혀 흐른다. 여름은 물의 계절이고, 물을 찾게 된다. 여름의 생동감은 캔맥주를 딸 때 '피식, 쑤악'거리는 탄산소리처럼 신선함에 있다. 덥고 짜증나기도 하고 후텁하지만, 여름은 사람을 볼 수 있고, 모일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을 왜소하게 만들고 뿔뿔이 흐트러 버리는 겨울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가지고 있다. 


이 여름의 끝에 소란한 심경과 부산한 풍경은 점차 사라진다. 이제 약간 또는 심란한 가을이 도래하고, 결코 달갑지 않은 추위가 다가올 것이다. 몸매를 뽐내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내키지 않던 운동을 했던 노력도 절실함이 감소된다. 


부풀어 오른 젖가슴과 팔뚝을 보이기 위해 끙끙대며 운동할 필요가 없는 계절에는 많은 것들이 양보된다. 


드러내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감추기 위해서는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 보는 눈이 많다고 의식할 때는 내 몸에도 시선과 신경이 가지만, 보는 눈이 없거나 보일 것이 가려질 때는 스스로도 내 몸과 자신에 대해 관심이 덜 가기 마련이다. 


점차 어둠이 길어지고 있다. 우리는 적지않은 의기소침을 겪게 된다. 시간상으로 빨리 내려앉는 어둠과 시간상으로 늦은 아침은 어둠의 시간만큼 마음에 무거움을 불러 일으킨다. 여름이 선사했던 정취, 흥분, 흥취는 이제 이전의 그 어느 시기처럼 또다시 추억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둘째가 생활력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1년중 둘째 계절인 생동감 넘치는 여름은 추억의 뒤안길로, 그리고, 일기장의 지난 페이지 속으로 넘어간다. 여름의 정취는 아쉬움을 제공하고, 내년, 그리고, 그 다음해의 그 시기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약속처럼 남기고 점차 사라져 간다. 


굿바이! 2019.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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