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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생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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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5. 2019

회생절차의 본질 1  개별적 권리행사의 저지

실무에세이

통상적인 자금경색 상황

                              

채무자 회사 甲은 A 은행에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있고, 거래처 B, C에 자재대금, 물품대금을 지급할 채무가 있고, 대표이사의 아버지 D로부터 빌린 돈이 있다. 은행 A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제공받았다. 이때 대표이사는 연대보증을 체결했다.


甲회사가 여러 채권자들에 대해 변제를 잘 해 오다가 최근 매출이 감소하고, 인건비 상승 등 고정비용이 증가하면서 채무변제를 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甲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출은행에 대출연장 등을 부탁하고, 여러 채권자들에 대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채무변제 유예를 요청하였다.


그런데, 甲회사의 대표이사가 매출처로부터 지급받을 돈이 있어 회사 주거래 계좌에서 비용을 인출하려고 하였더니 계좌 가압류가 되어 지급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고, 이에 대해 알아보니 거래처 C에서 물품대금 채권에 기해 가압류를 한 것이었다.


甲회사의 대표이사는 C회사 대표에게 가압류를 풀어달라고 연락하였으나, C회사 대표는 물품대금 전부를 다 갚으라는 말만 하였다. 며칠 후 법원으로부터 C회사가 채권자, 甲회사가 채무자로 되어 물품대금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결정문이 甲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송달되었다.


甲회사의 대표이사는 주거래 계좌에서 인출이 안되니 급여, 원자재 대금, 4대 보험료 등을 납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더 이상 운전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단, C회사의 지급명령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조만간 정식소송이 진행될 것이고, 특별히 C회사의 주장에 대해 반박할 꺼리도 없어 판결이 나면 甲회사의 주거래 계좌에 있는 현금은 C회사가 추심(수령)해 갈 것이다.


甲회사의 자산으로는 1) 임차보증금, 2) 주거래계좌에 있는 현금(매출처로부터 매출대금), 3) 운반구 등이 전부였다. 자금인출이 안되니 은행이자를 낼 수도 없게 되었다. 조만간 은행, 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임차보증금, 계좌, 운반구 등에 가압류, 각종 소송 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대출연장은 물건너갔다. 甲대표이사는 잠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채권자들 중 거래처 B는 甲회사의 대표이사와 막역한 관계이고, 채권자 D는 甲회사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채권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래처 B 또한 권리행사를 언제까지 하지 않을지는 미지수이다.


                                          

개별적 권리행사의 저지

                             

이런 형국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까.


1. 발빠르게 채권을 추심해간 C기업이 지혜롭다.
2. 지금까지 이자 잘 받아간 은행이나 보증기금 등이 야박하다.
3. 거래처 B에게 감사하다.
4. 특수관계인 아버지 D에게 돈을 갚아주고 싶다.
5. 아버지 D는 채권행사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대표이사의 아버지니까.

이밖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뒤에 권리를 행사하는 채권자의 경우에는 채무자 회사로부터 건질 것이 없다. 모든 채권자가 甲회사에 대해 채권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아버지 D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소송을 해서 채권을 회수하여 간 거래처 C 때문에 자금이 부족해 연쇄적으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를 하지 못 하게 되었고, 급기야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거래처 C에게 파탄의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채무 액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채권자라는 입장에서는 모두가 공평한 위치에 있다. 물론,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의 경우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적 지위가 인정되겠지만, 채권자들은 모두가 같은 지위에 있다.


누구는 대표이사와 가까운 사이여서 변제받거나 권리를 포기하고, 누구는 먼저 소송 등을 제기해 먼저 채권회수를 하고, 뒤늦게 甲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다른 채권자들은 소송 등을 해 보아도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상황은 공평의 견지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진흙탕 싸움을 방지하고,
회사운영을 지속시켜 보자,
당분간만이라도.

                           

이 부분에서 무엇인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상황인데, 먼저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그 채권자는 채권의 대부분을 회수하고, 나머지 채권자들은 회수를 하지 못 하게 되는 상황, 개별 채권자의 개별적 권리행사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어 버리는 상황, 이런 상황은 일부에게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회생절차는 채권자들의 개별적 권리행사를 일단 중단 내지 금지시킨다. 권리행사의 선후와 관계없이 채권회수율이 동일 비율이 되도록 조정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일단 채무자 회사가 잠정적으로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채권자는 채권 전부를 다 받겠다고 하겠지만, 나머지 다른 채권자들이 양보해서 회사를 살려 주고 채권회수를 일부 포기한다면 비록 개별 채권자들의 채권회수가 일부 부족하겠지만, 전체 채권자들의 입장에서 공정한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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