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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28. 2019

은행은 망해도 싸다 #2

실무에세이

은행에 대해 적대적 감정이 있지는 않다. 다만, 은행은 채권자, 채권의 성격 중 실질거래없이 화폐 내지 화폐가치만 유통시키면서 이자, 실질적인 돈을 귀속받는 독특한 채권자이기 때문에 은행에 대해서만 꼭집어 에세이하는 이유이다. 


은행은 차별기능을 본질적 특질로 삼는다

은행은 매우 촘촘한 체를 이용해 채무자를 구분짓는다. 은행은 대놓고 채무자라고 부르지 않지만, 고객이라는 취급은 관계가 원만할 때 사용되는 명칭이다. 은행 자체로 제1, 제2 금융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접근할 수 있는 채무자는 정해져 있다. 


마치 A 상표 자동차 범주에 '3, 5, 7', 'C, E, S' 등의 등급이 구별되어 판매되는 것처럼 은행은 스스로 차별기능을 실현하고, 고객에 대해 차별대우하는 것을 공공연히 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선포하기도 한다. 동일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VIP, VVIP' 등 등급이 분류되어 차별취급한다. 기이한 일은 그런 차별대우를 고객 스스로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행이라는 공동체

은행이나 채권자가 화폐를 융통해 주면서 담보나 보증을 받는 것은 진정한 금융은 아니다. 여신의 본질은 기업이나 사업자의 장래 구매력을 현재 시점에 앞당겨 평가하고 아무 조건없이 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 과실을 붙여 이자를 더하는 것이다. 


그런데, 채무자가 특정 은행에 대해 이자, 원본(원금)의 지급을 지체하면 전체 대출금 전부를 일시에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을 채무자가 수행해 내지 못 하게 되면 채무자를 무능력자로 평가해서 은행 공동체가 채무자의 속사정을 널리 공유하게 된다. 


채무자는 어느 은행을 가더라도 더 이상 고객이 아니다. 아니 고객이 될 수 없다. 그저 무능력하고 약속을 위반한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것이다. 


은행은 손해를 감수하는가

은행은 오랜 기간 동안 이자만을 받는 호혜롭고 관용적인 태세를 취한다. 그 기간이 길수록 대출금액에 준하는 돈이 이자명목으로 은행으로 귀속된다. 물론, 채무자의 무능력 평가에 의해 원금손실이 있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담보나 보증이 있다면 그로부터 원금손실을 만회한다. 


은행은 이도저도 안되면 해당 대출금 채권을 팔아 먹는다. 보다 확실하게 독촉해서 일부라도 받아낼 수 있는 그런 업체에 채권액을 할인해서 매도한다. 부실채권이라고 불리는 대출채권을 매수한 업체는 매수액수보다 더 높은 채권회수를 하면 이득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독촉행위를 한다. 은행보다 한 수위 위다. 


은행은 또한 공동체이기 때문에 예금이자율을 낮춰 지급되는 예금이자를 줄일 수도 있다. 손실을 만회할 모든 방법을 강구하되, 결코 누군가 나무라지 않는다. 은행이 손해를 감내하고 감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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