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세이
연애, 결혼을 시작할 때 마음처럼 인생을 한결같이 살아낼 수 있다면 행복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과 본질의 여러 작용 때문에 인생이 늘 행복감으로 충족되지 않을 뿐더러 연애와 결혼이 즐거움만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연애의 시초, 결혼의 시작, 또는 그 이전의 어느 시점과 지점에서 대부분 각자의 본질적인 특질을 드러내기 보다는 상대의 선호와 기준에 부합하고자 하는 노력을 최대한 하고, 만족해 하는 상대의 표정을 통해 그 상태로 자신을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지구 전부와 우주 전체를 통틀어 지금 앞에 있는 상대만큼 자기에게 부합하고 조화로운 존재는 없다는 판단에 이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변 가능성은 감소하고, 불변적인 특성이 서서히 혹은 조속하게 드러나고 상호 인식 하에 마찰과 갈등을 빚는다.
연애의 지속, 결혼의 유지는 가변적 요소와 불변적 요소의 적정한 조율과 조화가 핵심이다. 자신도 상대도 각자가 추구하는 불변적 요소에 맞춰 상대가 가변적이길 바란다. 양보할 수 있는 불변적 요소에 대해 일정한 체념과 포기를 감행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불변적인 요소는 결코 의지와 노력으로 가변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여기서 이러한 진실을 인정하면 관계는 지속되지만, 그것을 인위적으로 배분하거나 위치를 변경하려고 하면 불화가 시작된다.
술을 줄이는 것, 담배를 끊는 것,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는 것, 운동하는 것, 치약을 위에서부터 짜지 말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짜는 것, 사용한 물건을 원래대로 둘 것, 머리카락을 정리할 것, 씻고 잘 것, 양말이나 속옷을 뒤집어 벗지 말 것, TV만 보지 말고 책을 읽거나 산책할 것, 정기적으로 여행을 떠날 것, 편식하지 말고 주는대로 먹을 것, 서로의 가족에게 잘 할 것, 기념일을 잘 챙길 것, 볼 일 보고 화장실 덮개를 닫아둘 것, 수건을 빨아 쓸 것, 청소나 설겆이를 도와 줄 것............................
실제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가치관, 종교관, 세계관의 격차를 뒤늦게 깨달아 불화와 결별을 맞이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사소한 것들, 가변성과 불변성을 구별할 수 없는 것들, 마음만 고쳐먹고 행동하기를 몇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으로 반복할 경우, 불변일 것 같은 요소들이 가변적으로 될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상대의 불변적이고 노력부족의 원인으로 단정한 채 싸움을 벌인다.
누구나 불변적 요소인 핵심코어를 지니고 있다. 결코 양보하고 싶지도 않고, 어쩌면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내적 욕구가 있는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요소들은 불변성을 인정해야 하고, 가변화를 위한 토치에 불을 지펴서는 안된다. 하지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너무도 지나치게 사소한 것들 때문에 좋은 관계에 분열이 시작되고, 결국에는 더 이상 근접되지 않는 관계로 굳혀져 버린다. 그리고, 등을 돌린 채, "굿바이"라고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