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팔고 있다. 그리고, 팔아서 번 돈으로 먹고 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 팔아야 하는 세상에서 팔아야 할 재고자산이 부족하다면 삶은 고단해진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선 시간을 팔아야 한다. 직장과 사업장으로 이동준비, 이동 자체, 일, 귀가까지 시간을 팔지 않고서는 돈을 획득할 수 없다. 또한, 가진 능력과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능력은 소비자를 유혹하거나 거래처를 설득하거나 가진 재고자산을 제 값에 팔수 있는 것이고, 노동력은 분업적으로 주어진 분량의 일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일에 따라 가진 지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노동력, 재능을 파는 것, 만들어진 물건을 팔기 위해 매력적 요인을 과시해야 하는 것과 유사하게 소비자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돈을 획득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 이전에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식을 팔 때는 정신력을 이미 소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것을 파는 과정에서 정신력을 소비해야 한다.
얻기 위해서 팔아야 하는 세상을 살아간다. 판매해야 할 것들이 시간, 노동력, 일정한 능력과 지식에서 멈출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종종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팔 때가 있다. 자존심, 양심, 추구하는 가치관(가치관에 반하는 결정과 행동을 할 때)을 파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팔아야 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코 팔아버려서는 안되는 것들이 각자의 가슴 속에 있다. 그것을 팔아버리면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정체를 상실할 수도 있다. 삭막한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훈훈한 무드를 즐기려면 팔지 말아야 할 것들을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