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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2. 2019

진보전 나랏님에 대한 관점

일상의 변론

인간이 자연에 대한 한계를 지적으로 인식하기 전에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에 대해 높은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지식의 진보, 인간의 인지능력 향상으로 자연의 광활성과 그에 비해 인간의 나약과 무기력을 학습해 왔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계에 대한 지적향상 이전에 인간은 통치자, 왕, 추장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나랏님이 자연과 자연현상을 지배관리하고, 또는 그에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힘과 절제를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나랏님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자연을 숭배하고 조절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 옛날 홍수, 가뭄, 흉년 등 복리후생의 질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발생하면 백성들은 나랏님의 부정을 탓하고 나랏님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계에 대한 지적향상 이후에 인간은 나랏님이 자연을 조절하거나 자연에 순응하지 못 하거나 부정한 짓을 했기 때문에 홍수, 가뭄, 기근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사전준비와 사후대처에 대해 비난을 가한다. 예전의 나랏님은 최고지도자가 속한 정부형태(이하 나랏님)로 변했을 뿐이다. 게다가 현대인들은 나랏님의 자연에 대한 순응과 대처는 물론, 대외적,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 나랏님을 비난하거나 교체카드를 쉽게 꺼낸다.


배가 침몰하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폭발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높은 실업률, 자살률, 불안한 안보 등으로 불편을 겪거나 불안감을 느끼면 나랏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나아가 나랏님의 개인적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지위를 박탈하고 교체해 버린다. 고대에는 나랏님을 죽이는 나라도 있었다.


아직도 연세 지긋한 분들은 "나라꼴이 이 모양인 건, 나랏님을 잘 못 뽑아서야!~"라는 말을 간간히 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지적향상 이전의 인간처럼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삶의 질과 나랏님과의 연관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성 패트릭(St. Patrick)이 기록한 교서에는 올바른 왕의 통치에 따르는 축복 가운데 '좋은 날씨, 잔잔한 바다, 풍요로운 농작물과 과일이 가득 찬 나무들'이 열거되어 있고, 반대의 경우 '죽음, 젖이 나오지 않는 암소, 결실을 맺지 않는 나무, 흉작' 등의 열거를 통해 왕이 부정하다는 증거로 삼았다고 한다.


현재적인 우리의 나랏님에 대한 관념은 어떤가. 인간이 미개하여 지적, 인지적 발전을 이루지 못 했을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다른 점은 일기예보를 통해 우산을 준비해야 할지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불행과 고통은 나랏님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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