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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1. 2019

유기농과 우리 사회

일상의 변론

헬스장에서 인사와 잡다한 화제거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곁에 있다. 새벽 운동 시간에는 쭈쭈빵빵한 여성들이나 훨칠한 키에 근육이 골고루 탑재된 남성들은 거의 없다. 새벽 잠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새벽시간에 운동을 한다. 자연스럽게 운동시간과 운동습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나는 여기에 왜 개입하게 되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침형 인간으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많은 어르신들을 알아가고 있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어르신은 텃밭에 상추, 깻잎을 심고, 최근에는 배추와 무를 심은 분이다. 돈도 많으신 분이 소일거리가 없나 보다 하면서도 채소재배에 관한 얘기를 일방적으로 듣게 된다. 건강한 노년에는 정원을 가꾸거나 생명을 돌보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은퇴하면 농사지어야지 하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 


"유기농이라 몸에 좋겠어요!"

나는 어르신에게 직접 채소를 길러서 드시니 유기농이라 건강에 좋겠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어르신 하는 말이 "농약 다 쳤어! 칠수 밖에 없어!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이 농약을 치니까 벌레들이 내 텃밭에 있는 채소에 다 몰려들더라고,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나도 농약을 쳤다니까!"라고 말씀하신다. 


벌레먹고, 보기에 탐탁하지 않더라도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대다수가 농약을 다 같이 치지 않기로 했다면 내가 아는 어르신도 자신이 먹을 채소에 농약을 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봤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정치 기타 등등

남들이 수입차를 타니 나도 빚을 내서라도 타고 싶고, 남들이 해외여행을 가니 나도 빚을 내서라도 한번쯤 비행기를 타보고 싶고, 남들이 부정입학, 위장전입, 특례취업을 하니 나 정도 위치면 인맥과 지위를 이용해 내 자식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여보내고 싶어진다. 


남들이 농약을 쳐서 내 채소가 벌레들의 먹잇감이 되느니 나 역시 내가 먹을 채소에 농약을 한껏 뿌려 벌레가 다른 텃밭으로 가기를 바램한다. 


우리 사회, 부와 권력을 잠시 취득한 자들이 하는 행태가 바로 농약을 치는 일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조차 농약을 구입하게 된다. 남들 다 하는데, 내가 안 하면 등신취급당할 것만 같다. 정직하게 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공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인격과 능력을 성숙시키고, 성장하려는 노력 따위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내가 아는 선배, 친구, 후배에게 손을 내밀고, TAKE했으니 나도 GIVE할게라는 것이 팽배한 타락된 도덕의 현실이다. 


조국같은 인물이 하나 뿐이겠는가. 뜯어보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나경원씨도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법적으로 조국, 나경원, 김성태 등등의 인사들이 자유롭다 하더라도 내심의 소리에 있어서는 자유로워서는 안된다. 


문제는 이들이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타인에게는 공정을 강조하면서 스스로에게는 한없는 관용을 베푸는 그런 지도자들이 지도하는 이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정치를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변호사로써 조금의 법적 지식뿐이다. 


아이들에게 여우가 되라고 가르쳐야 할지 묵묵히 규칙을 지키는 곰이 되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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