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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11. 2019

적자! 생존

일상의 변론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안네의 일기, 더 거슬러 올라가면 파피루스, 죽간, 고대 동굴벽화에 이르기까지 남는 것은 '적은 자의 생각과 기억'이다. 기록하는 사람의 기억과 생각은 독자와 평가적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적은 자에 대해 나쁜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고 기록한다는 것은 순전히 그 행위를 행하는 사람이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인간적 이미지와 비범하나 평범성을 나타내기 위해 독백의 분량은 많지 않고, 약점을 기록하는데 많은 정성을 들이지는 않는다.



모 역사채널에서 '이순신 장군 VS 원균'을 조명한 적이 있었다. 통상 원균 장군은 이순신 장군을 파직시키고, 그 자리를 꿰어찬 후 칠천량 해전으로 우리 배를 꼴아박은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로 12척으로 333척을 몰아낸 명량해전의 신화같은 역사를 이순신 장군은 다시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원균 장군에게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면 왜 그런 결정을 하고, 대패하였는지에 대해 나름의 항변을 들어볼 수 있었을 것이나, 그는 기록하고 적는 사람이 아니었다. 역사는 기록하는 이순신 장군의 일지와 간접적으로 사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후세에 전달했다.


일기, 일지를 적는 습관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비록 매일은 아니어도 지금도 일기를 적고 있다. 다만, 그 공간이 종이에서 컴퓨터의 메모리로 변화되었을 뿐이다. SNS는 오픈을 기본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기의 사건을 기록할 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보여주기 식의 기록이어서 진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일기와 일지에는 욕구, 분노, 희망과 같은 복잡다기한 내면의 것들을 고스란히 기재할 수 있다. 물론, 사후에 누군가 볼 수 있고, 생중에 누군가에게 들킬 수도 있겠지만, 그전까지 비밀은 유지된다. 유치함과 치졸함도 확인할 수 있고, 가끔은 원대함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메멘토도 담겨져 있을 수 있다.



적자생존. 적는 사람은 죽어도 살아간다. 그 기록과 기재가 회자되면서 후대에도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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