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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06. 2019

인격과 생명

일상의 변론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고 시신을 훼손하는 섬뜩한 뉴스, 소식을 접하게 되면 내심에서 '저런 인간은 사형시켜야 해! 콩밥도 아까워!'와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인 상식과 도덕관념에 의하면 사람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는 차마 해서는 안되는 금기 중 하나일 것이다.


중대범죄, 흉악범죄, 엽기범죄의 행위자의 신상과 성명이 공개되고 있는 시기에 그들이 정신적 질환(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등)을 겪고 있다거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후 엄한 처벌이 두려운 나머지 시신을 훼손하여 유기하였다는 변명에 가까운 주장을 접하면 더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 또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그런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특정 사람이 죄를 짓는 것이고, 죄를 짓지 않는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가 굴러가는 것인데, 죄라고 하는 관념적인 것을 미워하고, 그 행위를 표출하여 현실화한 주인공에 대해서는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모순처럼 들린다.


惡罪而不惡人(오죄이불오인)이라는 저 말은, 죄와 사람을 구별하라는 의미인데, 죄 자체와 사람 자체를 구별하고, 죄라는 결과, 죄를 발생시킨 원인을 구별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즉, 죄인의 인격과 죄인의 생명 자체는 구별하라는 의미이다.


인격, 인성, 인품의 파괴, 병적 상태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묻되, 생명 자체에 대한 가치는 최소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 구별되지 않을 뿐더러 성인(聖人)이 아니고서는 일반인인 우리가 죄인의 생명가치를 인정하면서 그의 파괴되고 하락된 인격만을 비난할 수 있는 심적 용량과 식견을 구비하기는 어렵다. 그 죄인에 의해 상실된 생명과 그에 수반된 그의 인격은 어쩌란 것인가.



또한,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리가 누군가를 제대로 비난하고 죄값을 직접 묻기는 도덕적, 법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다만, 다시는 충격적인 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충격적인 사건을 유발한 주인공에 대해 엄한 처벌을 기대할 뿐, 그의 인격과 생명을 구분해서 어느 하나를 최소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우리에게 부담이거나 사치일 수 있다.


다만, 생명은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그 탄생과 유지에 대해 존중해야 하는 것은 옳아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비난하고 비판하는 주된 과녁은 누군가의 인격, 품위에 최대한 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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