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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03. 2019

신용평가에 대한 고찰

실무에세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법 제313조에 규정되어 있다. 명예훼손죄처럼 신용훼손죄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의미하는 '신용'은 사람의 지불능력이나 지불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보통 정의된다. 허위 사실 등을 유포해서 특정한 사람이 갚을 능력이 없다거나 갚을 능력이 없다는 등 공연히 떠들고 다니면 처벌된다는 의미이다.


다만, 여기서 신용의 법적 의미를 차치하고 신용, 신용점수, 신용평가에 대한 의문과 이에 대한 현재의 평가제도, 점수가 높은 타당성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만약, A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할 때,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다. 그것이 인적 요소이거나 재산의 정도이거나 A가 다짐하는 약속에 대한 신뢰에 근거해 대여, 대출을 실행한다. 대출의 과정은 개인에 대한 것이나 회사에 대한 것이나 유사하다.


단순한 감정적 신뢰와 믿음을 수치적으로 환산해 보는 것이 신용점수, 신용평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A에 대한 과거 이력과 거래이력에 평가적 근거를 두고 있고, A에 대해 무지할 경우에는 선뜻 대출을 해 주기 어렵게 된다. A에 대한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과장되거나 과소하게 평가된다.


신용평가에 있어서 A의 향후 지급능력이나 지급의지와 같은 요소는 평가적 근거나 수치로 전환하기가 매우 어렵다. 운좋게 과거 이력이 없는 A가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금리는 상당히 높을 것이다. 상환에 실패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높은 이율을 매기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미래에 발생할 일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신용평가가 화폐를 기반으로 한, 현재적 한계(과거의 신용거래내역과 현재의 자력)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과거 이력의 제한적 평가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A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SNS 관계, 사회적 활동, 주식투자 이력, 단순 금융거래 사실, 업종, 종사회사의 데이터, 사업계획이나 전문분야, 전공, 선호도, 정치적 성향 등 수많은 데이터의 수집과 기술적 처리를 통해 A의 지급의사와 능력을 평가적 요소에 융합해야 한다.


A, 회사가 과거 이력의 부재, 현재 자력의 부재로 낮은 신용점수를 받게 되는 것은 수십년 동안 당연한 결과적 평가로 수용되어 왔다. 대부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연시해 온 것도 사실이다. 높은 금리를 물더라도 대출만 된다면 행운에 가까운 선처라고 여길 정도이다.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은 여전히 화폐기반의 시장이 확고한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데, 빅데이터의 활용, 이를 처리하여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다면 화폐의 평가적 중요성은 낮아지거나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여전히 데이터를 화폐와 연관해서 사고 팔고 있지만, 데이터 자체의 교환과 가치평가에 대한 합의점을 찾게 된다면, 현재의 신용점수제도는 역사 시험문제로 뒤안길에 남을 수도 있다. 금융선진국의 변화를 보면 우리 금융도 발빠르게 변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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