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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5. 2019

죽음은 끝인가

일상의 변론

죽음은 일단 생체적 리듬의 종결이다. 썩어 문드러질 몸이라고 표현할 때의 그 몸은 죽음으로써 종결된다. 각종 벌레, 곤충이 뜯어먹는다. 나의 몸은 죽음을 맞이한 순간 이후 해체된다. 뼈가루가 남을수도 있겠지만, 형체는 나를 규정하지 못 할 지경이 된다.


이 피할 수 없는 죽음, 모두에게 태어나자 마자 시작되는 종말, 공평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으면서 맞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든 죽음은 회피대상이며 최대한 천천히 벌어질 일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사건을 달리 해석하며 달리 미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육체 이외에 정신,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정신, 영혼은 육체의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관념한다. 그렇다면 죽음을 통해 나는 어떻게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나의 정신적 내용, 영혼적 이야기를 전수해야 한다.


인간은 영혼끼리 교감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혼, 정신을 물질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일은 적는 것이다. 기록하는 것이다. 또는 책을 편찬하기도 한다. 나의 정신, 영혼은 글자, 문자 속에서 영원히 생존하게 된다.


우리가 쥐새끼나 사자보다 힘이 약하지만, 놀라운 기적을 행사하면서 이 세계를 지배하고 관리하게 된 위치에 점하게 된 것은 영혼, 정신을 물질화시켜 전달하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의 죽음은 분명 끝이다. 하지만, 내가 영혼, 정신의 편린을 어딘가에 물질화시켜 남긴다면 나의 일부는 영원히 살아남게 된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며 적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의 정신이 문자로 남아 나의 아들과 딸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나 시간은 빨리 흐르고 기억조차 기억을 되살리기에 능력이 부족하다. 적어야만 한다. 최대한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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