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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12. 2019

껍질과 노른자

일상의 변론

이성적이고 지적인 존재이며, 동물적 욕망과 욕구 따위는 언제나 통제가능하거나 자신에게 극히 소멸되어 가는 상태라고 공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풍만한 여인이 지나가면 시선을 돌리며 스캔하고, 그 여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해소의 객체이길 희망하지만 외견상 그런 상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듯 태연하려고 노력한다.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타자인 불특정 남성들에게 섹스어필하기 위해 몸 속 구석구석에 보형물을 집어 넣고, 기미나 주근깨를 한시적으로 은닉하기 위해 최대한 두꺼우면서도 그렇지 않게 착시를 일으키려고 노력하면서 사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척 한다. 이런 수준의 불일치와 표리부동은 귀엽기라도 하다.


이성과 합리의 호르몬이 몸 속에서 넘쳐나 고귀한 지적 존재인 양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서 부자연스러운 고결함을 유지하지만, 성대 밑에서는 육두의 문자와 타인에 대한 폄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태연하게 타자의 비난을 시종일관 건성으로 청취하면서 결국 이성이 광기를 이기지 못 해 육두의 문자를 음향으로 변화시키는 순식간의 전환을 일으킨다.


"X같은 게", XX같은~~", "X도 모르는 게 나대기는~~", 'Double Year'. 광분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욕을 한다고 해서 인격의 전체적 이미지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외관, 고귀하고 지적이며 타인의 비난에 겸허한 인내를 탑재하고 있는 척 하다가 발각되어 버리는 순간에, 진심이 왜곡되지 않고 드러난 현장에서 진실은 자신이 그리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자백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이다.


타자보다 우수한 메모리 용량 때문에 우수한 학위와 사회적 지위를 점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은 그 포장된 껍질 속에 상한 노른자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껍질을 까보지 않고서는 노른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보통의 타자들은 껍질의 윤택함에 속아 넘어간다. 사실은 똥묻은 껍질 속에 노른자를 키워 나가려고 애쓰는 보통의 덜 고매하고, 덜 지적인 이웃들이 오히려 언행과 내면이 더 조화로울 수 있다.


타자를 비난하고 싶은 표현의 충동, 고결하고 존귀한 가치적 존재라는 가식, 못 배운 것들에 대한 편견, 그렇지만 정치적, 실리적으로 존대하는 척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대이니 실재하는 광분과 흥분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표정을 관리하는 그런 노력을 일상에서 최대한 다량으로 할애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감히 단정할 수 있다. 욕쟁이 할머니가 "닥치고 쳐 먹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가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이유는 가식으로 위장한 사실이 없을 뿐더러 그것이 비록 상스러워 보이지만 진실이 다른 장소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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