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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과 표현의 자유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기자에게는 비닉권((Protection of sources, 秘匿權)이라는 것이 있어서 기자에게 제보한 정보제공자에 대해 비밀에 부쳐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인정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명시적인 개별 법률은 없어 보이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광의의 익명성이 진실한 정보의 제보를 보장하는 측면의 발효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용된다면, 제보자의 부존재, 제보자의 허위, 기자의 자의적 해석과 작출을 비닉권을 방패로 일정한 기사가 공표된다면 이에 대한 결과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닉네임, 본명 대신 부르는 명칭으로 특징성을 부각해서 명명되는 호칭이다. 인터넷, SNS상에서 신뢰성있는 근거, 증거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의 텍스트들이 난무하고, 개인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악의적이고 가해적인 표현을 전송하는 것은 익명성이 주된 요인이다. 물론, 닉네임을 사용한다고 해서 전부가 허위, 과장적인 텍스트로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다수는 진실한 정보에의 접근적 한계, 체계적인 검증절차나 방법에 대해서는 능력부재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개인적 성향(정치적 성향, 개성, 호불호 등)에 의해 감정이 주로 작용하는 텍스트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 익명이 아니면 표현하지 못 할 텍스트가 분명 존재할 수 있지만, 작성자의 본거지가 드러나면 결코 내뱉을 수 없는 텍스트는 대부분 사실적 근거가 빈곤하고 이성적 판단없이 감정에만 의존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자기소개서, 보고서 등 자기 명의로 작성되는 텍스트에 대한 우리의 처세를 살펴보면, 사실에 기초하고 텍스트를 수차례 다듬고, 독자의 심적 유혹과 설득을 유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된다. 자기 명의의 문서에는 악성적인 표현이 침범할 수 없다. 완곡하고 선해가 용인되는 표현이 100%다.


막후인물, 세력이 제 멋대로 책임자를 좌로, 우로 가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익명성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음해하고, 악의적인 텍스트를 전송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익명성에 있을 것이다. 사람이 없다면 노상방료를 하거나 뺑소니를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익명과 은닉에 있을 것이다. 차명으로 휴대전화를 쓰거나 투자를 선뜻 할 수 있는 이유도 익명과 은닉에 있다.


표현의 자유와 책임의 소재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 무척 어려운 화두이다. 하지만 특정분야, 그리고, 절제된 영역에 한해서 익명이 보장되어야 할 듯 하다. 다수가 지닌 한계성 때문에 극단적인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름 걸고 맹세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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